산업 산업일반

나무종류·질소농도까지 파악… 환경지도 제작시스템 개발

애스너 스탠퍼드대 교수

그렉 애스너와 그가 하와이 환경지도를 제작할 때 탑승하는 트윈 오터 항공기.

환경문제는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하지만 특정지역의 환경문제에 대처하려면 우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항공 촬영이나 인공위성 촬영과 같은 기존 방법으로는 이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해당지역의 대략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뿐 어떤 식물의 개체 수가 늘어났는지, 대기와 수질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세밀한 정보를 알아내려면 사람이 직접 그 장소로 들어가 측정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특히 사막, 정글, 극지 등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장소라면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많은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불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환경 정책을 결정해야만 한다. 물론 이렇게 내려진 결정은 상당부분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 최근 미국 스탠포드 대학 지질환경학과 조교수이자 부설 카네기연구소 지구생태연구실장인 그렉 애스너는 이 같은 난제를 극복할 새로운 개념의 환경지도 제작 시스템을 개발했다. 레이저 분광분석(分光分析) 기술을 활용한 초정밀 환경지도 제작 시스템인 'CAO(Carnegie Airborne Observatory)' 시스템이 바로 그것. 일반적으로 모든 물질은 빛을 받으면 구성 성분에 따라 상이한 분광현상을 보인다. 프리즘이 빛을 7개의 무지개 색 띠로 분리해 내는 것이 대표적 예다. 프리즘처럼 육안으로 보이지만 않을 뿐 다른 물질들도 동일한 반응을 보인다. 즉 CAO 시스템의 분광분석은 이처럼 빛을 쏘아 반사되는 분광을 이용해 물질의 성분을 알아낸다. CAO 시스템은 이를 위한 광원으로 레이저를 이용한다. 레이저는 보통의 빛처럼 멀리 갈수록 퍼지거나 약해지지 않고 일정한 파장과 세기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레이저는 분자단위의 정밀한 구조물을 파악하는 분광분석에 최적의 광원으로 꼽힌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CAO 시스템에는 144개 빛의 대역을 볼 수 있는 하이퍼 분광 이미징 기술, 레이저를 초당 10만번 발사해 숲의 3차원 지도를 만들 수 있는 레이저 스캐닝 기술 등이 적용돼 있다. 애스너는 인공위성보다는 훨씬 지면에 가까우면서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항공기에 이 시스템을 탑재시켰다. CAO 시스템을 사용하면 특정 지역의 높이와 지형, 나무의 종류와 위치는 물론 수분 측정 데이터를 통해 가뭄이 올지 여부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질소 농도를 측정, 어떤 외래종이 가장 빨리 퍼지는지 확인 가능하며, 탄소 농도를 측정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식목 프로젝트까지 구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최대 메리트는 그 어떤 방식보다 신속하게 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 하루만에 4만 에이커(5,000만평)에 달하는 지형의 나무 위치와 종류, 그리고 각종 화학적 정보까지 정확히 측정해낼 수 있다. 이는 속도, 정확성, 효율성 면에서 기존의 모든 환경 정보 시스템들을 완벽히 능가하는 것이다. 애스너는 현재 CAO 시스템을 활용해 하와이의 환경지도를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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