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인자는 뉴욕 총재다. FRB는 미국 전역을 12개 권역으로 나눠 각 지역에 총재를 두고 있는데, 뉴욕 총재는 월가 금융시장을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11명의 총재보다 중요한 자리다. 뉴욕 총재는 98년에 아시아 금융위기때 전세계 은행들로 하여금 한국의 단기차관 만기를 연장해주도록 주선하고, 헤지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부도사건 때 구제금융을 알선할 정도로 힘이 있다. 워싱턴의 FRB 의장이 거시 금융정책을 총괄한다면 뉴욕 총재는 시장이 무너질 때 개입, 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FRB는 나이를 이유로 은퇴한 윌리엄 맥도너 총재 후임에 티모스 가이스너 전 재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그의 나이는 42세에 불과하다. 미국 언론들은 그의 나이를 전혀 문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질서에 익숙해져 있는 동양적 관점으로는 가히 놀라운 일이다.
오는 11월 중순에 취임할 가이스너 지명자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30대 중반의 나이에 재무부 차관을 역임했고, 그때 로렌스 서머스 장관은 44세에 재무부 수장을 맡았었다. 그는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98년 러시아 국가파산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했는데, 이 경험이 FRB 2인자로 선택되는 계기가 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한다.
한국에서는 한미 은행과 조흥은행에서도 40대 행장이 나온 적이 있어 시중은행에선 40대 CEO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재경부와 한국 은행의 최고 또는 2인자 자리에 30대 또는 40대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미국에선 국가 또는 기업 경영에 나이가 문제로 되지 않는다. 잭 웰치를 이어받아 제너럴 일렉트릭(GE)의 CEO를 맡은 제프리 이멜트 회장, 미국 최대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의 CEO 릭 왜거너 사장이 40대이고, 미국 5위 은행인 뱅크원의 제임스 다이먼 회장도 40대다. 그렇다고 이들 회사에 CEO보다 나이 많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이는 나이보다 시스템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90년대말에 총리까지 지낸 미야자와 기이치를 대장상으로 모셔야 할 정도로, 아시아 지역은 유교적 연공서열이 관료 사회의 큰 틀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리드하는 뉴욕 FRB가 40대 수장을 임명한 사실은 경제체질과 시장을 발전시켜야 할 한국이 참고해야 할 일이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