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5일] 쫀쫀한 교과부

"정부가 너무 쫀쫀합니다." 지난 22일 포항공대(포스텍)에서 정기총회와 가을 연구발표회를 열고 있던 김도한 대한수학회 회장(서울대 수학과 교수)은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한 지 30여분이 지난 뒤 다시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사교육 경감을 위해 과학고 입시에서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한 데 대해 "답답하다. 단견이다"라며 비판했던 그는 재통화에서는 "쫀쫀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교육과학기술부를 강도 높게 성토했다. 김 회장의 얘기는 입시나 입사시험에서는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최대한 어필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도 고교나 대학 입시에서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 수험생 개인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항목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심지어 기재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고 윽박지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최근 올해 중학생 수학ㆍ화학ㆍ물리 올림피아드 응시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30~40%씩 감소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특목고 입시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고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사교육 경감 대책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대다수 교육 및 과학계 인사들은 이 같은 현실에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기에 영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경시대회를 더욱 권장하고 활성화해야지 정부가 이를 홀대하고 심지어 죄악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조기에 영재를 발굴하기 위해 경시대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재교육 선진국인 이스라엘은 수학올림피아드 상위 1위 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을 실시한다. 심지어 북한마저도 경제난 등으로 불참하다 2007년부터 수학 올림피아드 참가를 재개해 호성적을 내고 있다. 각종 국제올림피아드에 나가 메달을 딴 우리나라 고교생들도 대부분 중학생 때부터 경시대회를 경험하며 영재성을 키운 인재들이다. 그런데 정부가 경시대회가 입시에 도움이 안 되니 볼 필요가 없다는 시그널을 학생들에게 주고 있는 것은 '빈대(사교육비)' 잡기 위해 '초가삼간(과학영재교육)'을 태워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우리 고교생들은 올해 열린 화학ㆍ수학 올림피아드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지만 물리에서는 11위에 그쳤다.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고 있는 중국은 모든 부문에서 부동의 1위다. 과학 올림피아드 수상자 3명 중 1명이 의대로 진학할 정도로 기초과ㆍ이공계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한 나라에서 기초과학으로 진출할 과학영재를 발굴하려는 경시대회조차 정부가 나서서 보지 말라고 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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