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층진단] 자금운용 막막한 공익법인"원금 까먹는 날 올수도" 위기

손실우려 공격 투자 못하고 예금위주 관리<br>"수익없어 장학금 줄 돈마저 줄어들까" 걱정<br>단기상품 벗어나 국채장기물 등 투자 필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삼성타운 지점에서 열린 공익법인 재무전략 포럼에서 공익법인의 자금운용 담당자들이 저금리 시대의 자금운용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증권


"은행들이 제시하는 금리가 일주일 단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조합의 특성상 안정성을 위해 자금 전액을 은행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만기연장을 하기 위해 갈 때마다 답답한 심정이죠. 이러다 조합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원금을 까먹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모 공제조합 자금운용 담당자)

"예금금리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니 정해진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이죠. 그렇다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투자를 단행할 수도 없잖아요. 자금운용 외 일정한 수익원이 있는 것도 아니니 저성장ㆍ저금리 시대의 가장 큰 타격을 보는 곳이 우리 같은 재단들이 아닐까요." (한 학교재단 자금운용팀장)


삼성증권 주최로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삼성타운지점에서 열린 '공익법인 재무전략 포럼'은 장학재단 등 공익법인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시시각각 떨어지는 은행 예금금리 탓에 장학금 줄 돈도 줄어들 수 있다며 자금운용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공익법인들의 자금운용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별한 수익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모아놓은 기금이나 출연금으로 먹고살아야 하는데 더 이상 은행 예금이자만으로는 법인 운영자금을 만들기가 힘들어졌다. 더군다나 자금운용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장학금이나 지원금 등 고유 목적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원금마저 까먹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시중은행들의 1년 정기예금 평균 세후 금리는 2.90%를 기록해 불과 9개월 새 0.6%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의 예금금리는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2009년 신협의 1년 정기예금금리는 4.71%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9월 말에는 3.91%로 0.8%포인트 떨어졌고 같은 기간 농협 역시 0.7%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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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성장성 자체가 낮아져 앞으로 금리 수준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실질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기준 1.5%로 2년 동안 3.4%포인트 하락했다"며 "청년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기업의 투자심리마저 위축되고 있어 성장률 하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성장성 자체가 하락하고 있는데다 주택시장 활성화, 사회적 약자 배려 등 새 정부의 정책기조도 금리 하락세를 부추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익법인들이 단기예금에만 의존하던 자금운용을 장기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들에 대한 투자로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리가 낮아지는 만큼 특정 시점에서의 투자전략보다는 미래를 감안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중 금리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채 장기물과 물가연동국채 등이 은행 예금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종가 기준으로 국채 10년물은 연평균 2.88%, 30년물은 3.14%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정범식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금리가 0.1%포인트 높은 은행을 찾아 자금을 이동시키던 전략으로는 더 이상 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 간 경쟁이 아닌 현재와 미래 수익률을 비교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익법인의 경우 원금 손실 위험이 큰 투자전략을 가지고 갈 수는 없는 만큼 안정성이 보장된 국채가 대안이 될 것"이라며 "현재 시점에서는 국채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5년 후에는 상당히 매력적인 수익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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