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3조 투자 날린 수도권 규제 언제까지 움켜쥘 건가

수도권 규제로 공장 신증설 타이밍을 놓쳐 발생한 경제적 손실이 3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08년의 '10·30수도권 규제완화 조치' 당시 투자의사를 보였던 1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개사가 공장 신증설을 포기해 3조3,329억원의 직간접적 손실이 발생했으며 일자리 1만2,059개를 창출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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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소재 기업들이 투자를 포기하는 것은 단연 까다로운 입지규제 탓이다. 조사기업의 64%가 수도권 규제 때문에 투자시기를 놓쳤다고 응답했으며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신규 투자 예정기업까지 포함하면 실제 투자 차질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다. 주문이 몰리고 투자 여력이 충분한데도 철옹성 같은 규제에 가로막혀 30년 전 세운 공장에 작은 창고조차 지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수도권 기업들이 지방에 내려가지 않고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지방경제 활성화라는 규제의 실효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은 9곳에 머무른 반면 해외로 탈출한 곳은 29개사에 달할 정도다. 수도권 공장 증설을 원천 봉쇄한 빗장 규제가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안에 수도권 규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균형발전 논리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이미 수도권 규제완화를 저지하겠다며 1,000만인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 푼의 투자가 아쉬운 마당에 언제까지 부작용을 드러낸 규제정책을 끌어안고 가야 할지 의문이다. 이제 수도권 규제 문제는 지역 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투자 활성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키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도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지역 반발을 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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