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의 베이비부머 황금연못을 찾아나서다] (3부-3·끝) 노인의 바다엔 경험·노하우 가득

수십년 쌓아온 '장인의 기술'… 은퇴 이후에 더 빛 발한다<br>숙련 노동인력 이탈은 국가경제에도 큰 손실<br>기업, 임금피크 도입등 시니어 활용 적극 나서

임금피크제 실시로 정년 이후 2년 더 근무하게 된 정의수 매일유업 기장이 평택공장 내의 한 작업장에서 작업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매일유업



매일유업 평택공장의 정의수(55) 기장은 만 55세 정년을 넘기고도 공장에서 근무하는 회사 최초의 직원이다. 지난 1979년 입사해 32년 동안 근무한 그는 예전 같으면 정년 퇴임해 현장을 떠나야 했지만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2년 더 근무할 기회를 얻게 됐다. 정 기장은 "퇴직 이후 뭘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임금피크제 덕에 2년 더 근무할 수 있는 보너스를 얻게 됐다"며 "임금은 20%가량 줄었지만 아직 젊고 건강한 나이에 은퇴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30년간 근무한 포스코에서 2005년 퇴직한 정대교(62) 명장. 원래 퇴직 후 곧바로 포스코가 투자하는 중국공장으로 가서 일할 예정이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정 명장은 요즘 후배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는 일을 하면서 오히려 더 만족하고 있다. 2007년 산업인력공단 직업진로지도 강사로 위촉된 그는 매월 8~10회씩 초중고교생과 대학생ㆍ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올바른 직업관과 기능인으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교육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월 1회씩 교도소 출소자들에게도 강연을 했다. 정 명장은 "임대소득과 자식들이 주는 용돈, 연금 등으로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후배에게 내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줌으로써 얻는 기쁨과 보람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숙련된 노동인력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은퇴와 동시에 노동인력에서 이탈하면 산업 분야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등 국가경제에도 손실이다. 하지만 상당수 퇴직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은퇴 직후 집에서 쉬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는다. 정부는 이들 인력의 활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임금피크제 지원 등을 통해 기존의 직장에서 좀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갖도록 하는 등 각종 정책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지난해 12.1%에 이르렀다. 아직 활성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2005년 2.3%를 시작으로 2006년 3.3%, 2007년 4.4%, 2008년 5.7%, 2009년 9.2%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재갑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해 지난해 12월 임금피크제 지원금과 고령자 고용연장지원금 제도를 개편했다"며 "기업별로 특성에 맞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유도하는 한편 고숙련 전문인력을 활용하고 신규 채용을 병행하는 사례를 발굴해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년 자체를 연장하는 것이 시니어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60세 정년의무화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가 컸지만 정부는 기업들의 반발 등을 감안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 실장은 "2010년 300인 이상 사업장 1,829개소의 평균 정년은 57.3세로 2000년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60세 정년의무화는 산업현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직장인들의 기술력과 업무 노하우를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먼저 고용부는 2009년 중견전문인력고용지원센터 사업을 확대하면서 은퇴한 시니어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1996년부터 이 사업을 벌였지만 2008년까지는 단 한 곳의 중견전문인력고용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데 그쳤다. 실적도 한해 100명 안팎이 취업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2009년 이후 올해까지 5곳을 추가해 취업자 수도 급증했다. 실제로 재취업자 수는 2009년 179명에서 지난해 947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5월 말 현재 660명에 이른다. 중소기업청도 대기업 출신의 은퇴한 시니어들이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시니어 비즈멘토 사업, 시니어 전직지원 사업, 벤처기업 시니어 공동채용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활력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퇴직인력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며 "앞으로도 은퇴한 시니어들이 더 많은 취업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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