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차원에서 역내 은행권 부실을 정리하고 금융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단일 청산기구 및 예금보장 체제 설립이 논의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합의가 이뤄졌다. 유로화 도입 이후 추진돼온 유럽의 금융통합(뱅킹유니언)이 비로소 완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부실은행 처리비용 부담방식과 단일 금융기관 청산기구 설치 등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내 부실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청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구가 오는 2016년부터 운영된다. 이를 위해 유로존 회원국들은 8년간 은행들에 세금을 부과해 550억유로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은행 부실이 발생하면 은행 주주와 채권자 등 투자자들에게 관련비용을 우선 부담시키기로 했다. 투자자 중 손실부담 우선순위와 공적자금 투입조건 등은 추후 구체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최종 방침이 결정되면 은행 부실이 발생해도 과거 스페인 은행이나 그리스 은행 부도 때보다 시장 충격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금융통합의 최종 단계로 여겨졌던 예금자 보호를 위한 유럽 각국 내 기금설립도 의무화됐다. 금융위기 전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는 예금자보호기금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28개 EU 회원국 내 은행이 파산할 경우 최대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까지 예금이 보장된다. 다만 한 국가에서 예금자보호기금이 바닥날 경우 다른 국가에서 빌릴 수 있도록 한 당초안은 이번에 배제됐다.
EU는 지난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발생 이후 남유럽 등 취약국가의 은행 부실이 유럽 전체로 전이 되는 것을 신속히 막기 위한 금융 시스템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부실부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독일 등 주요국과 취약국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합의에 진통을 겪어왔다. FT는 이번 법안 통과로 유럽 금융 시스템의 "레짐체인지"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