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무디스등 국제신용평가기관亞영향력 줄어 "말발 안먹히네"
日·홍콩 등급하향 예고불구 주가 되레상승
'천하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도 시장은 못 건드린다'
'국가신용등급'의 칼날로 각국 경제 관료들을 벌벌 떨게 하는 국제적 신용평가기관들이 막상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국가신용등급이 선진 7개국 가운데 최저 수준인 'AA-'로 하향조정된 일본의 닛케이 주가지수는 16일 이후에도 급등세를 거듭, 지금은 등급 조정 이전인 15일에 비해 600엔 가까이 오른 상태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이와 관련 S&P나 무디스 등 국제적 신용평가기관들이 매기는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 아시아 시장이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S&P의 '말발'이 안 먹히기는 홍콩시장도 마찬가지.
지난 17일 S&P가 홍콩에 대해 등급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에도 불구,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 16일에 비해 오히려 400포인트를 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소재 HSBC의 고정자산 리서치 담당자인 존 우즈는 국채 등급에 있어서 이들 신용평가기관보다 시장이 훨씬 앞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이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등급에 대해 이처럼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한 마디로 시장이 일일이 반응을 보이기엔 이들 기관의 등급 조정시기가 너무나 늦기 때문이라는 것.
채권 거래인들은 실제로 등급이 조정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드는 단계에서 움직임에 돌입하기 때문에, 막상 등급이 바뀐 다음에 시장은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97년 외환위기로 일제히 신용등급이 급락한 아시아 지역에 있어선 신용등급의 '선도(鮮度)'에 대한 의구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경제는 이미 회복된 상태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 동아시아 각국에 매겨진 신용등급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
이들 신용등급기관은 지난 97년에도 아시아 각국의 위기를 예측하지 못해 신뢰도에 큰 오점을 남긴 바 있다.
그렇다고 신용평가기관이 완전히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것은 아니다. 투자가들은 여전히 이들 기관의 등급조정 압력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 다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는 이들 기관의 등급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
특히 '투자적격'과 '부적격'의 갈림길은 그대로 한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성을 띠고 있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