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발생한 중국 톈진항 폭발사고의 후폭풍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산업계로도 번져가고 있다. 적어도 수주간 세계 10대 항만이자 중국 북부 최대 해상물류 거점인 톈진항 마비로 물류대란이 우려되면서 한국의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중국과 교역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영업차질에 따른 비용을 떠안게 됐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톈진항 폭발사고로 이 항만을 통해 수출입되던 완성차와 철강, 철광석·석탄·석유 등 원자재 선적이 줄줄이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의 한 물류회사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서신에서 사고현장인 컨테이너 선적장의 일부가 심각하게 파괴됐다며 "모든 화물의 해상수송이 앞으로 수주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현재 사고현장을 중심으로 주변 주요 부두 등으로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톈진항의 중심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이에 따라 톈진항을 이용해온 세계 주요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항만에서 선적을 기다리던 제품이 폭발로 대거 파손된데다 향후 운송비 증가로 이중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차량 수출수송을 담당해온 현대글로비스가 일단 톈진을 대신해 칭다오 쪽 항만을 섭외하고 있지만 운송경로 우회에 따른 비용증가가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번 폭발로 이미 4,000여대의 차량 손실을 본 상태라 최대 1,600억여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사정은 도요타·폭스바겐·르노 등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르노차의 경우 현재까지 1,500여대의 차량 피해가 집계됐으며 폭스바겐도 수천대의 차량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재 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톈진항은 중국이 석탄과 철광석 등의 원료를 수입하고 자국 내 제철소에서 만든 철강재를 해외로 수출하는 주요 통로다. AP통신은 중국 제철소들이 통상 20일치(약 8,000만톤)의 철광석을 재고로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로 물류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철광석 및 철강 시장에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