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12일간에 걸친 이번 시 주석의 순방이 예상보다 더 성공적이라고 전했고 로이터 등 외신들의 시각은 이번 순방에서 시 주석이 미국에 확실한 견제구를 날렸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강화는 중국에 경제적 이익과 함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동시에 안겨준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의 중남미 순방은 우선 두둑한 차이나머니의 힘을 보여줬다. 돈을 푸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평가했다. 첫 순방지인 브라질에서 시 주석은 중남미 지역에 대한 250억달러 규모의 투자기금 설치를 제안했다. 또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본금 1,000억달러 규모의 신개발은행(NDB)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질서에 분명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신화통신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등 기존 국제금융기구가 개발도상국들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NDB 설립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에서는 75억달러의 차관 지원을 약속하며 인프라 개발 참여, 석유와 대두(콩)의 안정적인 수입을 위한 길을 열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40억달러의 차관과 원격탐지위성을 쏴주기로 하고 하루 52만배럴인 중국에 대한 원유 수출량을 100만배럴로 늘리기로 했다. 마지막 방문국인 쿠바에서는 50여명의 경제사절단과 동행하며 농업협력 등에 합의했다.
시 주석은 순방 중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우방 만들기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이번 시 주석의 중남미 순방이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주변국인 일본·한국·말레이시아·필리핀을 방문하며 중국을 견제한 데 대한 맞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반미노선의 상징이었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만나 "중국 인민의 친구"라고 말하는가 하면 영국이 실효지배 중인 포틀랜드에 대해 "아르헨티나의 주권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22일 마지막 순방국인 쿠바에서는 은둔생활을 하며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카스트로 전 의장과 만났다. 특히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카스트로 전 의장을 만난 데 이어 시 주석까지 그와 만나자 외신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수반이 미국의 턱밑에서 미국의 목 안에 가시 같은 인물과 만나 환담했다는 것 자체가 미국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앞서 시 주석의 거침 없는 행보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