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금융불안 선진국에 파장/거대자본,약소국에 영향력 과시도세계의 성장센터로 불리어온 동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몰아오고 있다. 동아시아 경제위기의 정체는 무엇이며 세계금융질서 불안은 수습될 수 있을 것인지 시리즈로 진단해본다.<편집자주>
【뉴욕=김인영 특파원】 아시아에서 닥쳐온 홍콩 독감으로 맥없이 주저않았던 뉴욕 증시가 28일 하룻만에 활력을 되찾아 왕성하게 질주했다. 29일 일본과 홍콩 증시도 상승함으로써 지난주부터 시작된 지구촌 증시 동시 폭락 현상은 일단 진정단계로 들어섰고, 세계 금융대란의 우려도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불리우던 아시아 경제권은 여전히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남미·동유럽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따라서 지구를 돌며 주가가 파동치는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여건이다.
다우존스 공업지수가 이날 폭락 하루만에 원기를 회복하자, 증권투자자들은 아시아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미국 금융시장에 더이상 큰 파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론으로 돌아섰다.
뉴욕 증시 회복의 원동력은 그동안 주가를 부풀렸던 거품이 전날의 폭락으로 걷혔고, 주가 조정(correction)이 끝났다는 점이다. 또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기반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금 깨달았다는 점도 주가를 밀어올리는 힘이 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상오 『미국 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투자가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 일반 투자가들을 안심시켰다.
지난주 홍콩에서 촉발돼 지구촌을 휩쓸고 지나간 이번 세계 금융 파동현상(ripple effect)은 80년대말 공산권 붕괴후 재편된 세계 경제질서의 새로운 특징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선 아시아 경제가 세계 금융질서에 큰 파장을 일으킬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선진국 특히 미국의 뉴욕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경제적 사건이 시차를 거치면서 세계 금융질서를 교란해왔다. 그러나 비록 불황의 수렁에 빠져있지만, 그동안 아시아의 경제력이 세계 경제를 움직을수 있을 만큼 커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글로벌리제이션이 가속화하면서 세계 금융질서의 동시성이 강화됐다는 점을 들수 있다. 예컨데 홍콩 주가폭락이 아시아와 경제규모가 미약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주식시장을 강타했고, 아시아에서 빠져나간 국제유동성 자금(핫머니)이 동구권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세계 금융질서를 움직이는 핫머니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또 냉전시대에 저개발국의 경제개발을 지원, 세계의 금고를 자처했던 미국의 금융권이 이제는 저개발국의 경제를 뒤흔드는 역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수 없다. 저개발국에 투자됐던 선진국의 거대자금이 조금만 움직여도 약소국의 경제가 휘청거렸다. 미국의 자본에 의해 아시아와 중남미 등 저개발국 경제가 볼모로 잡힐수 있다는 사실이 위기를 통해 분명해졌다.
아울러 이번 파동은 한국 경제도 이제 세계 금융질서의 파동에 휩쓸리는 계기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