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국민총생산 규모가 2만 달러로 성장했지만 경제는 ‘앵벌이 문화’에서 성장했다고 봅니다. 성장 모델은 희생과 고통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지요.”
벤처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30일 오후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다이아몬드볼룸에서 열린 ‘제3회 신성장기술투자포럼’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은 창조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 1995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하면서 10여년 만에 LCD 장비 등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으로 급부상한 인물이다. 그는 이날 포럼에서 이례적으로 한국 경제와 기업인들에 대해 ‘쓴 소리’를 거침 없이 쏟아냈다.
황 대표는 “삼성과 LG와 같은 국내 대기업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만든 제품 중 단 하나라도 창조적인 제품이 있느냐”면서 “일본과 유럽에서 만든 것을 좀더 싸게 좀더 좋게 만들어서 성공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그런 연구개발이 어떻게 창조적인 것일 수 있겠냐”면서 “자기들이 만들지 않고 다른 나라의 기술을 도둑질 하는 것은 모방이고 카피일 뿐이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창업 초창기에 운영하던 회사를 삼성의 경영 스타일로 적용해 실시해 봤는데 결과적으로 무척 어리석은 일이었다”며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 일을 할 경우 절대로 1등 회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이유를 리더들의 책임으로 돌렸다. 황 대표는 “우리 국민 만큼 근면하고 도전의식이 강한 민족은 세계에 흔치 않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노동 생산성이 경쟁 국가의 30~40% 밖에 안 되는 것은 모두 무능한 리더들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목’과 ‘리더’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1등 지식이 1등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1등 의식이 1등 제품을 만든다”며 “나는 어떤 일을 하든지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열린 포럼에는 네오플럭스ㆍ대경창업투자ㆍDFJ아테나 등 국내 대표적인 벤처캐피털 업계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해 신성장기술에 대한 최신 경향과 정보 등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