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금호서 대우건설 인수 등 무리한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금호 → 대우건설·한화 → 대우조선 등<br>상하이차는 먹튀 논란도

기업 입장에서 인수ㆍ합병(M&A)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베팅'만 제대로 한다면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 후보들은 저마다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친다. 그러나 M&A가 항상 '헤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무리한 시도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는 장면이 국내외 시장에서 수 차례 목격 됐다.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이제 거대 기업들이 새로운 주인을 맞아야 하는 시점에서 과거 M&A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치열한 경쟁 끝에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다. 인수 직후 금호그룹은 재계 순위가 11위(민영기업 기준)에서 8위로 뛰어 오르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몇 년 되지 않아 대우건설 인수는 금호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았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FI)와 체결한 컴소시엄 약정이 '독'이 된 것. 금호그릅은 대우건설 인수금액 6조원 중 3조원을 FI에게 빌렸다. 조건은 3년간 보장수익률 연 9%와 풋백옵션(put back option). 그러나 대우건설의 주가는 금호그룹이 기대대로 오르지 않았다. FI에 대한 보상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고 금호그룹은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비극을 맞게 됐다.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 역시 참고해야 할 사례 중 하나다. 당시 한화는 대한생명 주식, 장교동 사옥, 갤러리아 백화점, 한화리조트 등의 매각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잠시나마 화려한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한화는 실탄이 부족했고, 인수대금의 분할 납입안을 제시했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결국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는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만 날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적잖은 수업료가 들어가긴 했지만 이를 포기한 한화 입장에서는 천만 다행이다. 투자자금이 완벽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됐다면 한화의 운명도 금호와 비슷한 처지가 됐었을지 모른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국내 M&A는 다른 측면에서도 주의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이는 '먹튀' 논란을 일으킨 중국 상하이차의 쌍용차 포기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차는 이후 노골적으로 기술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또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일면 국내 금융사의 돈을 빌려 투자금으로 전환시키는 행태를 보였다. 결국 상하이차는 단 5억달러에 쌍용차의 핵심기술을 모두 흡수하는 '성과'를 거뒀고, 쌍용차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 지자 미련 없이 포기했다. 상하이차는 2009년 1월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했고, 쌍용차는 우여곡절 끝에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으로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쌍용차는 물론 국가 경제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있었던 대표적인 M&A 실패 사례였던 셈. M&A시장의 한 전문가는 "쌍용차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해외 재무적 투자자들은 인수대상 회사의 기술과 같은 특정 자산에만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해외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할 때 투자 목적과 조건 등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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