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수입업체인 타이거석유가 국내 정유사에 비해 10%가량 싼 값에 휘발유를 공급하겠다고 나서 정유회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ℓ당 1,190원수준인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100원이상 낮추겠다는 것이다.더욱이 타이거석유는 기존 정유사들의 견제가 심해질 경우 외국의 메이저석유회사와 제휴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타이거석유(대표 박상준·38)는 빠르면 다음달부터 전국 40여개 주유소에 독자 브랜드표시인 「타이거석유」를 내걸고 휘발유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이거석유는 울산에 2만5,000㎘, 경기도 평택에 2만5,000㎘규모의 저장설비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쌍용 출신인 朴사장은 『현재 타이거석유의 폴사인을 세우겠다는 주유소가 울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과 평택인근 경기권의 40여개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석유류 유통시장은 정유사가 지나치게 우위를 차지하며 주유소를 통제하는 수직적 관계』라며 『우리의 독자영업은 주유소가 정유사의 가격경쟁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는 후진적 석유류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값싼 휘발유는 어떻게 들여오나=타이거석유는 중국과 일본에서 주문생산해 들여올 예정이라고 밝히고있다. 국제적으로 석유류 공급과잉상태가 지속돼 국제시장에 덤핑물량이 나오고 있어 저렴한 가격에 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타이거석유의 가격인하폭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정유사가 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는 가격은 ℓ당 1,100원안팎. 이 가운데 세금858원을 제외한 국내정유사들의 생산원가와 마진은 ℓ당 240원수준이다.
따라서 타이거석유가 현재 계획대로 공급가격을 10% 싼 1,000원수준으로 맞추려면 세금을 제외한 수입원가와 마진이 ℓ당 140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타이거석유의 朴사장은 낮은 값에 수입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정도 원가구조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유업계의 대응=朴사장은 『기존 유통질서를 흔들다보니 기존 정유사들의 압박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거석유의 계획대로 되더라도 당장은 전국 1만여개 주유소중 타이거의 물량을 공급받는 곳이 40여개에 불과해 전체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정유회사들은 타이거석유가 유통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한국진출을 감행할 여지를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유5사는 계열 주유소들이 불법적으로 타이거석유의 물량을 판매하는 사례를 막기위해 대책반까지 가동했다. 그동안 폴사인이 없는 「무(無)폴」주유소에만 석유를 공급해왔다는게 타이거석유의 항변이지만 정유업계는 폴사인 주유소에도 타이거석유를 공급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않고 있다. 특히 최근 기존 계열주유소중 타이거석유 주유소로 변신을 선언하는 사례가 하나둘씩 생겨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朴사장은 『정유업계의 압박이 계속되면 외국 메이저 석유회사와 손잡는 문제를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타이거석유의 자금출처논란=정유업계 관계자는 『그만한 저장시설과 석유류 수입비용을 충당하려면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쌍용 과장출신인 30대의 朴사장이 어떻게 그런 자금을 마련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朴사장은 『석유수입업무를 하면서 알게된 외국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동영 기자 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