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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새로운 도전의 시대] (1부-5·끝) 호주-만만찮은 후폭풍
입력2007.04.08 15:55:03
수정
2007.04.08 15:55:03
효과 더디자 "Poor Deal(얻는 것 보다 잃는게 많은 협상)" 불만 고조<br>수출 더디게 늘고 수입은 가파른 증가세<br>"복제 약품 배상" 美 압력 갈수록 거세지고<br>그나마 육류는 쿼터도 못채워 '효과 반감'
| 마크 서월 호주 로위연구소 국제경제분야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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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새로운 도전의 시대] (1부-5·끝) 호주-만만찮은 후폭풍
효과 더디자 "Poor Deal(얻는 것 보다 잃는게 많은 협상)" 불만 고조수출 더디게 늘고 수입은 가파른 증가세"복제 약품 배상" 美 압력 갈수록 거세지고그나마 육류는 쿼터도 못채워 '효과 반감'
시드니=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지난 2일 오후 호주 시드니 중심부 조지스트리트. 서울의 명동 거리를 연상시키는 듯 북적대는 타운홀 부근에서 만난 이민생활 20년째인 윤여문씨는 ‘미국과 FTA 체결 뒤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느냐’는 질문에 “호주의 부자들은 전부 농촌에 있다는 게 이제 옛날이 돼 버렸다”며 “최근 수년 동안 예기치 못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FTA 효과는커녕 농촌은 무너지고 호주 정부는 농민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호주인들도 윤씨처럼 “미국과의 FTA는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손해 보는 장사”라고 느끼고 있는 듯 했다. 토머스 알루드 파운스 호주국립대학(ANU) 교수는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호주가 원하던 것을 많이 얻지 못했다”며 “미국이 대호주 투자를 늘렸지만 이는 농업ㆍ의약이 희생된 대가”라고 지적했다.
미국 농산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호주. FTA 발효 후 2년4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경제적 효과는 뚜렷하게 일어나지 않은 채 미국과의 ‘동맹강화’라는 외교안보 목적만 달성한 반쪽짜리 ‘FTA’라는 평가를 현지에서 받고 있었다. 이 같은 우려는 체결당시(2004년 2월8일 협상완료, 2005년1월1일 발효)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호주는 미국의 농축산물시장 보호를 수용하는 대신 의약품ㆍ방송콘텐츠 쿼터보호 요구를 받아내는 ‘빅딜’을 통해 협상을 체결했다. 한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쌀을 지키는 대신 쇠고기는 개방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 셈이다. 문제는 각종 대내외 변수로 호주 당국이 예상했던 경제효과는 더디게 일어나고 부정적 효과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미 수출 줄고 수입 급증=팀 하커트 호주무역대표부 수석 연구원은 “미국과의 FTA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대미 수출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고 그 추세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효과를 정확히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FTA 협상이 ‘푸어딜(POOR DEAL)’이라는 질타를 받을 만큼 호주의 대미 수출은 부진하다. FTA 체결 전 3년간(2001~2004년) 연평균 5.2%였던 대미 수출 증가율은 체결 이후 2년간(2004~2006년) 4.3%로 오히려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미수입 증가율은 9.2%에서 11.6%로 높아졌다. 파운스 교수는 “호주 복제약품산업에서 미국의 다국적 기업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는데도 미국의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는 미국의 설탕과 일부 낙농업시장의 완전 개방을 일부 양보해주는 대신 의료비 보조제도인 PBS와 스크린쿼터(호주산 방송 55% 쿼터유지)의 마지노선을 지키면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호주는 미국과의 FTA 체결을 위해 미국 의약회사가 개발한 ‘혁신성’ 있는 신약들의 가격책정과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협정문 부속서에 포함시켰다. 마크써월 로위연구소 국제경제 분야 소장은 “미국이 FTA 체결 당시 호주에 요구했던 미 의약회사들의 배상요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문화’를 지키기 위해 관철시켰던 TV 방송 등 자국 프로그램 의무비율(55%)도 무색해져 버렸다. 최원석 KOTRA 시드니 무역관 과장은 “호주 방송국들이 의무비율을 맞추기 위해 24시간 내내 스포츠 중계를 내보내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물론 쇠고기를 비롯한 낙농업 기업들은 FTA 효과를 일부 얻고 있다. 지난해 호주의 대미 쇠고기(냉장기준) 수출은 2억909만달러(호주달러 기준)로 전년보다 57% 늘었고 염소와 양고기의 수출도 2.24% 증가해 3억1799만달러를 기록했다. 호주 최대의 치즈 제조사인 베가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다 FTA 체결이후 처음으로 대미 수출(150만톤, 50만달러)의 길을 열었다. 서비스 수출 역시 두자릿수(금융 36.2%, 로열티ㆍ라이선싱 11.7%)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취업비자(E-3)를 연간 1만500개 확보한 덕에 호주의 엔지니어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미국에서 살면서 일할 수 있게 됐다.
◇기대 컸던 쇠고기 시장진출은 자국사정으로 퇴색=미국과의 FTA 체결 이후 호주가 갖가지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대내외 변수들 때문이다. 베이브리지 북쪽 워커스트리스트에 위치한 호주축산공사(MLA)의 피터 윅스 선임연구원은 “육류시장이나 수출에 있어 큰 변화가 없는 것은 FTA 체결이후 호주의 대미수출쿼터가 상당히 증가했지만 호주 목축업계가 일본ㆍ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치중하면서 추가적인 물량 여유가 없어 쿼터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5년간 가뭄으로 육류 생산이 침체됐지만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FTA 체결 전 ㎏당 4.4센트의 관세가 ‘제로(0)’가 되고 1년에 38만톤으로 제한됐던 수출쿼터(수출량 제한)도 2023년에 완전히 없어지는 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지만 자국 내 사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 FTA 협상 결과 자동차와 섬유가 낮은 관세를 보장받으며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지만 노사관계 등을 비롯한 국내 생산사정이나 현지화 전략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부진한 성적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주의 자동차 시장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자동차산업협회(FCAIA)에 따르면 지난 1~2월중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16만여대)했지만 현대ㆍ기아 등 한국산 자동차의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줄어들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호주와 태국간 체결된 FTA 때문이다. 여수동 시드니 현대자동차 법인장은 “태국에서 만든 일본 소형차들이 FTA 체결 이후 낮은 관세로 호주로 들어오면서 혼다ㆍ닛산 등이 가격경쟁력이 생겼다”며 “최근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로 현대 소형차가 잘 팔릴 것이라는 예상이 엉뚱한 요인 때문에 빗나갔다”고 말했다.
기상변화나 예기치 못했던 FTA 함수관계 이외에 환율도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미국과 FTA 체결이후 호주달러화는 가파르게 절상(2004년 1달러=0.7369호주달러→2007년 1달러=0.7864)돼 FTA 효과를 반감시켰다. 수출 증대 등 장밋빛 전망에만 도취돼 있기에는 FTA와 관련한 변수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호주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濠·美 FTA 성과 평가 일러"
마크 서월 호주 로위연구소 국제경제분야 소장
한·미 FTA 체결로 호주농업 타격 예상
"수출 등 일부분만을 보고 자유무역협정(FTA)의 공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수출만 하더라도 환율변동에 따른 변수가 더 클 때도 있다."
시드니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정세 분석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의 마크 서월(사진) 국제경제 분야 소장은 "미국과의 FTA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고, "호주ㆍ미국(이하 호미) FTA는 경제협정뿐 아니라 '우리는 좋은 관계'라고 표현하는 정치적ㆍ외교적 수단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미 FTA와 관련해 "한국이 호주의 중요한 농업 파트너인데 한미 FTA로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호주와의 FTA 협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마크 서월 호주 로위연구소 국제경제분야 소장
-호미 FTA에 대한 호주 내 여론은 어떤가.
▦매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사람들은 호주의 대미 수출 적자가 커진 것을 놓고 '어리석은 딜'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 제약회사들이 FTA를 이용해 호주 혈액사업에 관여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의료 분야와 호주 미디어 산업쪽은 아직까지 논쟁 중이다. 반면 미국 수출이 늘어난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이다. 일반적인 여론은 중립적이지만 FTA 체결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논쟁에 비해 체결 후에는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미 FTA 이후 나타난 변화를 분야별로 평가한다면.
▦긍정적인 면은 낙농업과 농업ㆍ제조업 등에서 수출확대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효과는 지적재산권 강화로 의약품보조정책이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FTA 체결 당시 호주에 요구했던 리뷰 메커니즘(미국의 '혁신성' 있는 신약들의 가격이 PBS 리스팅(listing)에서 거부됐을 때 미국 제조회사가 재고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비자 쿼터의 확대로 호주가 이익을 얻기 시작했는데 지난 97년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협상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됐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에 더 유리한 협상인 것은 명백하다. 미국은 원하는 대부분을 얻었다. 그러나 양자간 협상에서 한쪽에게 더 이익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양국의 경제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이익도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호주도 협상 당시 원했던 것들을 얻어냈다. 치즈ㆍ양고기 수출업자들이 미국시장에 조금씩 진출해 이전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전체로 보면 아직 큰 진전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한미 FTA 체결이 한국 경제와 호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한미 FTA의 구체적인 협상내용을 잘 모르지만 타결 후 적용기간이 얼마나 길고 어떤 조항이 포함됐느냐에 달려 있다. 가령 얀포워드 룰이 적용될 경우 수출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관세철폐로 인해 수출입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일이다. 문제는 (원ㆍ달러) 환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호주도 FTA 체결 이후 관련 이익이 환율변동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한미 FTA가 호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호주의 농업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였다. 미국에 대한 농업관세가 철폐될 경우 호주의 지분은 그만큼 적어지지 않겠는가.
-앞으로 호주 FTA에 관한 전망을 해달라.
▦호주는 지금 중국ㆍ일본ㆍ말레이시아와 개별 FTA를 진행하고 있으며 뉴질랜드와 함께 아세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호미 FTA로 인해 몇몇 아시아 국가들이 호주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맺을 FTA 협상은 호주와 미국과의 협상보다는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
-FTA가 기존 무역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FTA가 양국간 협정인 까닭에 전체적인 세계 무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지 않는 것 같다. 국제 무역시스템은 오히려 복잡해졌고 WTO와 도하(DOHA) 협약에 조금 반하는 점도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큰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4/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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