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산엔 공감 물량·시기엔 이견

27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의 최대쟁점은 증산물량과 시기 결정이다.국제유가가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감산을 지속하는 것이 산유국이나 비(非)산유국 모두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는 이미 이루어진 상태다. 하지만 OPEC은 봄철을 맞아 석유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섣불리 석유생산을 크게 늘려 유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불러오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OPEC은 지난 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거치며 세계적으로 석유수요가 급감,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아래로 내려가자 유례없는 단결력을 보이며 지난 1년간 석유감산 합의를 지켜왔다. OPEC 산하 9개국이 하루평균 171만배럴을 감산하고 노르웨이와 멕시코가 각각 20만배럴을 감산, 세계적으로 210만배럴의 공급이 줄어들었다. 이 여파로 국제유가는 1년새 3배 이상 뛰는 폭등세를 나타내며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이라는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증산 물량 및 시기= 전문가들의 증산예상치는 하루평균 100만배럴에서 170만배럴까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산유국들의 입장이 크게 벌어져있기 때문이다. 본격 증산시기도 4월과 7월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회의결과에 따라 국제유가가 또 한번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안정을 위해 하루평균 150만~170만배럴을 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를 잡기 위해선 현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분석하는 하루평균 원유공급 부족물량인 200만배럴 수준의 생산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이다. 베네수엘라 역시 사우디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만약 OPEC이 100만배럴 이상의 증산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독자적으로 증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증산반대 입장을 강력히 천명하다 얼마전 증산쪽으로 돌아선 이란은 증산물량이 하루 100만배럴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란은 세계수요가 줄어드는 2·4분기에 생산을 크게 늘릴 경우 유가가 폭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강경입장에는 하루 200만배럴 이상의 증산을 바라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가들의 압력에 굴복할 수 없다는 자존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아 역시 증산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OPEC이 7월이전에 회의를 갖기로 한 것도 이례적이다. 통상 6개월마다 개최하던 회의를 3개월 안에 다시 열기로 한 것은 가격변화에 따라 생산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OPEC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하루평균 100만배럴 수준의 증산을 합의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추가증산에 나서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역시 OPEC 내부의 역학관계를 고려, 단계적 증산에 간접적인 지지를 표하고 있다.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장관은 OPEC의 증산을 강력히 요구하면서도 구체적인 물량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어 이런 관측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유가전망= OPEC이 석유증산 물량 및 시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결국 가격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상당부분을 석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산유국들로서는 국제유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OPEC은 배럴당 22~25달러선 유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셰이크 사우드 나세르 알-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브렌트유 가격이 장기적으로 23~25달러에서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며,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소식통도 유가가 배럴당 22~25달러 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루이스 텔레스 멕시코 에너지장관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의 가격이 증산 결정 이후 25달러 안팎에서 결정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멕시코의 목표는 자국산 원유가가 지속 가능하면서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OPEC의 결정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24일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석유전문가들은 유가를 안정시키고 원유재고를 정상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하루평균 200만~250만배럴의 증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페가수스 이코노메트릭스의 에너지 전문 애널리스트 팀 에반스는 『시장 수급에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물량이 결정되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유가는 다시 올라 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호정기자GADGETY@SED.CO.KR 입력시간 2000/03/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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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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