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0월 5일] 글로벌 환율 전쟁, 공멸 초래한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지난주 글로벌 환율시장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는 "세계는 지금 통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달러 매수 규모를 늘려 헤알화 절상을 막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브라질뿐만이 아니다. 세계 경제ㆍ금융 대국 미국도 환율 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환율 전쟁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일본 국채매입 확대에 따른 엔화 가치 상승으로 중앙은행이 급기야 환시장에 개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에 맞서 자신들의 통화를 평가절하하거나 금리를 조정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유로의 창시자인 로버트 먼델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000년의 환율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처럼 불안정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환율 보호주의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30년대에 학생이었던 사람들은 이를 '근린궁핍화정책'으로 기억할 텐데 경제사학자인 찰스 킨들버거는 자국의 무역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통화 평가절하에 나서면 '세계 대공황'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활개치고 평가절하가 만연하면 자국을 비롯한 이웃나라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현재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환율 전쟁에서 그 징조를 엿볼 수 있다. 지난주 미 하원은 찬성 348, 반대 79로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상을 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면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먼델을 비롯한 다른 경제학자들은 큰 영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로 25년 전부터 엔화에 대한 평가 절상 작업을 계속해왔지만 미국은 여전히 대일 무역에서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에도 한 차례 환율 격전을 치렀다. 당시 미국은 고정환율체제인 브레튼우즈 체제를 붕괴시켰다. 이후 환투기가 극성을 부리며 전세계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지금도 이와 유사한 환율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경제리더들은 1970년의 위기가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미 재무부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킨들버거의 '세계대공황'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득을 보호하는 데 열중한다면 전세계 공공의 이익은 줄줄 새나가고 결국 자국의 이익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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