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이닉스 워크아웃 조기졸업 어떻게 되나

채권단, 총론엔 공감-각론엔 이견<br>9개 금융기관중 3분의 2 찬성땐 가능<br>DR 해외발행 등 세부안 놓고 입장차

지난 2002년 총선을 앞두고 국수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해외매각을 포기하고 국민의 부담으로 떠안았던 하이닉스반도체가 2년여 만에 살아나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급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해외투자가를 실망시킨 과거의 오류를 극복해야 하고 정상화 과정에서 고급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워크아웃 조기졸업 추진방안에 대해 채권단은 총론에 공감하지만 각론에 들어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 지분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13.8%, 조흥은행이 10.2%, 우리은행이 9.4%, 산업은행이 7.3%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타 금융기관이 나머지 4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은행 등 빅4 은행과 한국씨티은행ㆍLG투자증권ㆍ조흥투신ㆍ한국자산관리공사ㆍ서울보증보험 등 9개 금융기관이 채권운영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 9개 기관의 3분의2가 서면으로 조기졸업 방안에 대해 찬성할 경우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추진된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 같은 방안들에 대해 향후 추가 논의 등을 거칠 계획이며 논의과정에서 구체적인 방안은 수정될 가능성도 있어 최종안이 결의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채권은행단이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동의하는 주된 이유는 하이닉스가 지난 2003년 3ㆍ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벌이는 등 정상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 하지만 채권단은 세부적인 안에 대해서는 조금씩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은 자금조달을 위해 추진 중인 주식예탁증서(DR)의 해외발행 여부. 외환은행은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의 30% 가량을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을 다른 채권은행들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들은 DR의 해외 발행보다는 국내 발행을 원한다고 밝혔다. 국부 유출 논란 등을 피할 수 있는데다 굳이 해외에 나갈 필요 없이 국내에도 풍부한 달러 자금이 있기 때문에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워크아웃 조기 졸업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단 DR의 경우 해외 매각보다는 국내 매각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권단이 수조원을 집어넣어 정상화시킨 국내기업을 또 해외기업이나 해외 기관투자가에게 넘길 수는 없다”며 “특히 중국계가 가져갈 경우 전략산업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도 “하이닉스가 단기채무 구조인 것이 문제인데 총채무 20억달러 가운데 10억달러 이상을 장기구조로 리파이낸싱을 한다면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가능해진다”며 “다른 채권은행들도 이 조건이라면 워크아웃 졸업에 전부 동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외부 컨설팅사인 도이치뱅크가 자문과 정상화 방안을 만들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채권은행단의 세부협의를 거쳐 정상화가 추진된다. 조흥은행의 한 담당자는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서는 담보채권자까지 포함해 4분의3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협의에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도 “채권은행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하이닉스의 워크아웃 조기졸업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며 “다만 서면결의를 거쳐 조기졸업 여부를 확정한 뒤 전체 채권단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해야 하는 만큼 세부 안이 결정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는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자체 금융조달 능력을 확충하고 재무구조를 더욱 튼실히 하는 등 경영구조 개선작업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연속 흑자를 통해 이미 상당한 운전자금을 확보했지만 채권단과의 협의 등을 통해 리파이낸싱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또 올해 메모리 사업 부문에서의 기술개발과 신설비투자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닉스는 현재 2조원대 현금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말까지 혁신적인 D램 생산성 향상기술인 다이아몬드칩 기술 개발 등에 자금을 쏟아붓는다는 전략이다. 하이닉스는 또 최근의 반도체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ㆍ차세대제품의 생산ㆍ매출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낸드플래시 부문의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2배 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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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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