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본산 중고선박 사재기로 가격폭등

울산 운송업체 "사업 포기할판"<br>"실수요자 위주 수입승인등 법규 보완 시급"

“당장 다음달부터 일본에서 중고 골재 운반선을 들여와야 하지만 배를 구할 수도 없는데다 그나마 매물로 나와있는 중고 선박은 가격이 턱없이 비싸 사업을 포기해야 할 형편입니다” 울산에서 건설자재 해상 운반업을 하는 A사 김모사장은 최근 중고 운반선 도입을 위해 일본으로 갔다가 허탕을 쳤다. 일본 현지의 선주들이 중고선 매물이 귀하다는 이유로 턱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사는 현재 보유중인 운반선의 선령이 다해 당장 다음달부터 대체 선박을 들여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자 하는 수 없이 국내 중고선 수입업자들을 수소문, 배를 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 수입된 중고선들도 불과 2년여전에 비해 두 배이상 비싼 가격을 주지않으면 구입이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김사장은 아예 사업을 포기할 지경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국내 중소형 선박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당수 중고선 수입업자들이 적정 선령의 일본산 중고선박을 삭쓸이 하다시피 도입, 가격 폭등을 부채질하는 바람에 실수요자들이 막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내항화물선 도입’ 관련 법규에는 선령제한(15년) 규정만 있을 뿐 ‘실수요자 도입 원칙’ 등 최소한의 수입자격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 1~2년 동안 상당수 수입업자들이 국내 중소형 선박 수요증가에 편승, 중고선박의 주 공급처인 일본에서 마구잡이로 선박을 들여온 뒤 시장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등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수입된 일본산 중고 선박은 무려 1,500여척으로 도입 가격만 4,400억원대에 달하고 있다. 소형 낚시배에서부터 중형 화물선에 이르기까지 마구잡이로 수입됐다. 그러나 이들 중 국내에 판매된 선박은 50~60%선에 그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수입업체마다 턱없이 가격을 부풀려 놓은 탓에 실수요자들이 구매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울산 등 지방 항구의 중소형 선박 계류장마다 이들 중고선박이 넘쳐 나 포화상태를 빚고 있다. 울산 장생포항의 경우 크고 작은 30여척의 수입 중고선박들이 장기 계류중인 바람에 일반 선박들이 배 댈 곳이 없어 울산해양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포항과 마산, 통영항에도 평균 20~30여척의 수입중고선들이 몇 달씩 계류장을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울산 내항 운송업체인 B사 관계자는 “최근 선령 7~8년내외의 1,000톤급 중고 내항 화물선 도입에 나섰으나 일본 현지에는 마땅한 매물이 없는데다 국내 수입업체들은 불과 2년여전 10억원하던 배를 무려 20억원이나 요구, 구입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며 “중고 선박 도입시 실수요자인지를 가려 수입 승인을 내주는 등의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