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게 세계 3번째 쇠고기 시장인 한국을 포기할 수 없다. 한국에 쌀이 있다면 미국에는 쇠고기다”
한미 FTA 장관급 협상이 쇠고기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측 협상단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 쌀이 중요한 만큼 미국 입장에서는 쇠고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은 한미 FTA 협상 내내 한국을 상대로 검역 문제를 포함, 쇠고기 시장의 전면적 개방 요구를 빼놓지 않았다. 그간 부시 미 대통령 등 행정부를 비롯, 미 의회도 한국을 상대로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 없이는 한미 FTA가 순항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밝혀왔다.
미국이 이처럼 쇠고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칫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외면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수입이 전면 금지되기 전까지는 미국산이 한국 수입 쇠고기 시장을 장악했다.
2003년 쇠고기 수입 현황을 보면 미국산이 19만 톤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를 기록한 호주산(6만4,000톤) 보다 훨씬 앞섰다. 수입산 쇠고기 시장은 미국산이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후 광우병으로 미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2006년 말 기준으로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이 13만7,000톤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광우병 파동 전만 해도 한국은 미국의 세계 3번째 수입국. 미측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이 그만큼 매력적임을 알 수 있다. 호주산이 장악한 1위 자리를 탈환하고 싶은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에게 쌀이 소중한 만큼 미국인에게 쇠고기도 매우 중요하다. 쌀 시장 개방은 ‘절대 안 된다’는 우리의 시각 못지 않게 미국은 ‘쇠고기 개방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국민적 정서가 깔려있다.
다른 우리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이 검역 등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FTA 의회 비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혀온 이면에는 이 같은 점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