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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 정체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다. 2,000년대 들어 급격한 활황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후 그래도 다른 선진국보다는 이른 시간에 회복했다. 하지만 회복 이후 지금까지의 성장은 기대와 달리 무척 더디다.
이런 상황은 여러 지표에서 드러난다. 코스닥과 코스피를 합친 시가총액은 2000년 217조원에서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052조원까지 수직 상승했다가 2008년 623조원으로 고꾸라졌고 2009년에 바로 974조원으로 회복됐다. 이듬해인 2010년에 1,240조원으로 금융위기 전 수준을 넘어 최고를 기록하는가 싶더니 얼마 전인 5월 말까지도 1,200조~1,300조원을 오르락내리락할 뿐이다.
개인투자자도 증시에서 떠나고 있다. 2008년 말과 2012년 말을 비교하면 증시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는 329사에서 848사로, 대부분 기관인 외국인 투자가는 2만4,494사에서 3만5,682사로 크게 늘었지만 개인투자자는 450만명에서 500만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약 76조7,000억원에서 62조2,000억원으로 줄었고 2013년 말에는 58조6,000억원으로 더 빠져나갔다.
이런 일시적 부진 말고도 한국 증시가 전체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회사의 실제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주가가 낮다는 것이다. 이는 몇몇 회사가 아니라 대다수 기업이 겪는 현실이고, 그래서 오죽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겠는가.
도대체 증시가 이렇게 정체하고 또 저평가된 이유가 뭘까. 시가총액은 결국 개별 주가의 합이므로 평균적으로 개별 주가 상승이 더딘 상황 혹은 개별 주가가 낮은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참고할 만한 이론 중 하나가 '배당평가모형' 혹은 '배당할인모형'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주가는 주식으로부터의 현금흐름을 현재 시점에서 평가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투자자는 주식을 매입하면서 이 금액 정도를 주가로 지급할 용의가 있을 터다. 미래 현금흐름은 결국 배당이므로 배당을 시장 이자율 등으로 적당히 할인하면 현재의 주가를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물론 배당을 얼마간 받다가 주식을 판다고 해도 논리가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주식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금액도 결국 그 이후의 배당액을 할인한 값이기 때문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결국 배당이 낮은 데서 기인한다. 회사의 이익 중 배당 비율인 배당성향을 봐도 국내는 20% 수준인 반면 외국은 최소한 30%를 넘는다. 이를 보면 이익이 적어 배당을 못 한다는 항변은 설득력이 낮다.
배당평가모형은 증시 활성화를 위한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한다. 배당 수준을 현재보다 높이는 것이다.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이익을 높이면 기업가치야 증가하겠지만 이는 단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장기적으로 근본적이며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배당이 비교적 단기에도 추진할 만한 대안이 아닌가 싶다. 이를 위한 적절한 유인 제공과 시장과 제도 환경 조성을 고민해야 한다. 증시가 어려운데도 배당주펀드로 돈이 몰리고 배당주 수익률도 꽤 괜찮은 것을 보면 상당한 효과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