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글로벌 중소기업을 키우자

최근 세계 제3의 경제 대국 독일을 다녀왔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03년 ‘중소기업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샤로노프 경제기술부 차관을 만나 그동안 다소 미진했던 양국 중소기업 부문간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그런데 독일에는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이라는 경제학자가 실시한 독일의 세계 일류 중소기업에 관한 연구가 있다. 저자는 독일의 지속적인 수출 성과가 세계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단의 중소기업의 공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가정용 정수기 제조사 브리타(Brita), 레이저 공작기계 제조 업체 트럼프(Trumpf), 선루프 제작사 베바스토(Webasto) 등이다. 이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면서 자신들이 진입한 시장에서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의 많은 부분을 수출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독일에는 이런 중소기업이 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을 ‘숨은 승리자들(hidden champions)’이라고 규정했다. 이들 기업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려는 대담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고도의 전문화를 통해 자신의 시장에서 주도성을 발휘하고 선구적 혁신을 실천하는 기업들이다. 한국에는 아직 독일처럼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 독일의 숨은 승리자들 대다수가 사업 초기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힘써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내수 위주의 안정적 시장 확보에 주력해온 게 그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부가 미국과 체결하려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미 FTA가 대기업에만 이익이 되고 중소기업의 몰락과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며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 없이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분업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한미 FTA를 통한 이익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그 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에도 파급(spill-over)될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2005년 실시한 중소기업 애로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40.4%가 대기업과 거래하는 수급기업이라는 사실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주지하고 있다시피 우리나라와 미국의 산업구조가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감안할 때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지 않은 중소기업의 주력 생산품은 중저가 제품 위주이므로 한미 FTA로 인해 미국 제품과 직접 경쟁할 일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그래서 일까. 한미 FTA로 인한 피해에 대한 막연한 우려와 두려움으로 정부의 FTA 추진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대다수 중소기업은 한미 FTA에 대해 ‘한번 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매우 반갑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76.3%가, 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 제조 업체의 52.1%가 한미 FTA의 영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에 노출되는 것은 누구나 꺼려 하는 일이다. 경쟁을 극복하고 생존과 번영을 누리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을 회피하면 글로벌 시장의 막대한 과실을 우리 것으로 하기는 고사하고 우리 시장도 지킬 수 없게 된다. 우리 경제는 ‘세계화로 인한 무한경쟁’이라는 대외 여건에 직면하고 있다.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대표되는 신흥 개도국들이 우리와의 경제적ㆍ기술적 격차를 좁혀오고 있는 반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우리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대외시장 여건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러한 도전에 적극 대응한다면 한미 FTA는 우리에게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제공해줄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한미 FTA를 계기로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시야를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에서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으로 넓혀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의 숨은 승리자들 못지않은 탁월한 기업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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