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16일 리커창 총리가 이끌 국무원의 부총리ㆍ장관급 인선을 마무리했다. 재정ㆍ세제ㆍ금융을 담당하는 상무부총리에 장가오리 정치국 상무위원, 과학ㆍ교육 부총리에 류옌둥 국무위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토자원ㆍ주택건설 담당 부총리에는 왕양 정치국원이 선출됐다. 마카이 정치국원은 농업과 소수민족을 담당하는 부총리에 선임됐다. 또 외교 담당 국무위원에는 미국통인 양제츠 전 외교부장, 외교부장에는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왕이 전 주일대사가 뽑혔다. 이는 새 지도부 대외관계의 무게중심이 미국과 북핵, 중일 갈등 관리에 집중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외교 라인에서 주목되는 인사는 역시 왕이 외교부장. 일본 대사 경력과 일본 내 네트워크로 중국 외교부 내 대표적 일본통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일본 정재계의 폭넓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왕 외교부장을 통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중일 관계 회복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빈부격차 확대 등 사회모순을 치료하기 위한 내치에 집중한 뒤 1~2년 정도 지난 후 대외관계의 틀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관급인 각 부서장은 예상대로 한 단계씩 승진하거나 유임됐다. 특히 이번 부서장 인사는 원자바오 전 총리들이 대거 유임되며 당내 계파 간 권력균형을 통한 안정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시리 체제의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재선임은 안정적인 통화금융정책과 금융개혁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저우 총재는 전인대 기간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화량 팽창을 경계하며 통화기조와 관련해 "더 이상 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만큼 하반기 이후 중국이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러우지웨이 중국투자공사(CIC) 사장을 재정부장에 선임하고 쉬사오스 전 국토자원부 부장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으로 한 단계 올린 것도 현 경제정책의 급진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낳게 한다.
한편 새 정부 각료 가운데 박사 학위자와 하방 경험자가 다수 포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각 부처장 이상의 각료 33명 가운데 박사 학위 소지자는 13명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각료 모두 전문대(1명) 졸업 이상 학력자들이며 정치ㆍ경제ㆍ역사ㆍ철학 등 인문계열 전공자가 25명으로 이공계 전공자(8명)에 비해 훨씬 많았다.
또 평균 연령이 60.2세인 이들 가운데 리 총리와 궈성쿤 국무위원, 왕 외교부장 등 12명이 문화혁명기에 농촌으로 내려가 생활한 하방 경험이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고학력자와 하방 경험자가 각료로 다수 포진하면서 새 정부의 정책 추진에서 전문성과 기층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