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고 토요휴업' 맞벌이 부부 어떡하나

"주5일 근무제 정착없인 시기상조… 교사에도 미안" 지적<br>비맞벌이측 "체험학습엔 좋은 기회… 놀기만 할까 걱정"

26일부터 서울 시내 모든 초ㆍ중ㆍ고에서 매달 넷째 토요일에 주5일 근무제에 발맞춰 `토요휴무 수업'이 실시된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을 맞는 학부모들은 "주5일 근무제가 완전 정착되지 않은상태에서 학교가 쉬는 것은 시기상조 아니냐"는 반응 일색이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별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교사에게 폐가 될까 싶어 꺼려진다는 부모도 있었고, 주말을 이용한 박물관 견학 등의 현장 체험 숙제가 부담스럽다는 부모도 있었다. 반면 아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는 부모도 있었다. ◆ "반갑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비(非)맞벌이 부부'의 경우 `반가움 반ㆍ귀찮음 반'이었다. 주부 김종선(35)씨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어디 놀러가자고 조를까 봐 좀 걱정"이라며 "애들이 없을 때 청소도 하고 자신만의 시간도 가졌는데 쉰다고 하니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학교에선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으로 현장 체험을 가도록 숙제를 내주는데 학부모들이 어지간한 교육열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주부 김미현(40)씨는 "견학이나 여행 등을 하라고 숙제를 내주는데 활동계획서도 내고 나중에 보고서도 내야 해 엄마들이 많이 피곤하다"며 "주말에 레저나 취미활동 등이 생활문화로 정착되지 않은 채 이런 숙제를 내주면 고스란히 학부모 부담이 되는 만큼 부모들의 주5일제 시행과 함께 정착시켜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부 하경미(42)씨는 "학교가 원래 기대하던 `체험 학습의 날'이 되려면 누군가의 도움도 있어야 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맞벌이 부부들은 힘들고 일반 주부들도 부담이 더 늘 것 같다"며 "그냥 노는 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주부 최재원(35)씨는 "아이 학교에서 작년 3월부터 토요 휴업을 시범실시하면서 체험 학습의 결과물을 놓고 학교로부터 상도 받다보니 아이들도 열심히 하고 애들 교육에 더 신경을 써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부부가 같이 일하는데..어딜 보내야 하나" = 부부가 모두 일하는 `맞벌이부부'의 경우 다니는 회사가 주5일제를 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당장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를 놓고 고민했다. 남편이 의사고 자신은 약국을 경영한다는 이근선(43)씨는 "큰 애가 고등학생이라 초등학생 동생들을 돌봐줄 순 있는데 급할 경우 친정 어머니 등에게 연락하는 등 애들 돌봐줄 사람을 구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선 뜻맞는 학부모끼리 팀을 짜 자녀들 데리고 역사유적이나 박물관등으로 현장 체험 학습을 가보라고 권장하지만 실제 맞벌이 부부들 중엔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학부모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원 남편에 백화점 매장을 나간다는 허희숙(42)씨는 "토요일에도 일을 나가봐야 하는데 일반 학원은 토요일에 문을 여는 곳이 없어 고민"이라며 "그냥 놔두면컴퓨터 게임이나 TV에 무절제하게 빠져들어 교육상 해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에서 토요일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지만 선생님들께 눈치가 보여보내기가 꺼림칙하다"며 "우리 애들은 고학년이라 그냥 놔둘 계획이지만 주위에선 친정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기나 직장 월차를 내 해결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반면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다는 정혜영(38.여)씨는 "학원운영을 하지만 토요일에 쉬어서 이 제도가 좋다"며 "평일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주말에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서도 견학을 많이 가는 등 유익하게 보내는 사람도 있더라"라며 "그러나 완전히 주5일제가 정착되지 않는 한 어려운 부분도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박물관으로, 야외로' =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럼에도 쉬는 토요일을 적극 활용, 박물관이나 미술관, 혹은 역사 유적지등을 찾겠다는 계획이었다. 하경미 주부는 "내일 처음 쉬는 날인데 특별한 계획은 없고 주말에 등산을 자주하니까 애들과 등산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주부는 "박물관이나 전시회장을 찾아 관람을 했고 인근에서 운동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주부 최옥덕(44)씨는 "이번 토요일엔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 애와 고1인 형을 데리고 함께 박물관을 갈 것 같다"며 "또 아이들이 자신만의 시간을갖기 힘들다고 자주 했는데 그런 시간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맞벌이를 하는 주부 최상희(42)씨는 "학교에서 1박2일, 혹은 당일치기 캠프 등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김병조 양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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