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금융시장 환율大戰/전망과 대책] 환율 하락속도 늦추고 기업 체질강화 박차를

“수출밖에 기댈 곳이 없는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환율방어는 가장 절박한 정책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 “폭락후 원화환율이 며칠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예요. 미국과 유럽이 원화절상을 요구하는 이상 외환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속도를 다소 늦추는 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씨티은행 서울지점 외환딜러) 정부는 `돈을 찍어서라도 비정상적인 환율하락을 막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원화강세는 `대세`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지난 22일 20원 가까이 급락한 후 1,150원선에서 횡보하고 있지만 연말까지 이 선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4ㆍ4분기 2%안팎(20~25원)의 원화절상(환율하락)에 이어 내년까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까지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수출마저 점차 환율에 묶여 둔화될 경우 성장엔진은 멈춰 서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정책과 외교통상의 모든 채널을 동원해 환율하락 속도를 늦추고 ▲동시에 수출업체도 비용절감과 신시장개척을 통해 수출드라이브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원화강세는 `대세`=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올 연말 예상환율은 1,100원~1,140원선. 4ㆍ4분기에도 원화강세가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져 연평균 환율 1,100원, 최저 환율 1,000원~1,050원까지 잡고 있는 곳도 있다. 물론 수급요인 때문이 아니라 국제적인 역학관계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중국을 직접적인 공격목표로 잡아 `환율전쟁`을 시작한 이상 일본과 한국도 `유탄`에 희생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 외환당국은 `비정상적인 원화강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시장개입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장 방어에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투기세력 등으로부터 외환시장을 방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최근의 원화강세는 `시장밖`의 요인들이 더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통화증발을 해서라도 환율방어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까지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당국의 목표는 `원화절상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정도`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동시에 미국 등과의 통상 채널을 통해 우리 경제현실을 인식시키고 압력을 늦추는 전략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업들 `1달러=1,000원 시대` 대비 분주= 환율급락으로 수출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기업들은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ㆍLG 등 주요 기업들은 원화상승에 따른 수출채산성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가절감 및 구조조정을 를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는 한편 ▲달러화에서 유로화나 엔화로 결제통화변경 ▲유럽 수출비중확대 ▲선물환 등을 통한 환리스크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1달러=1,000원`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보고 고부가가치화, 원가절감, 수출다변화, 사업구조조정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이와 함께 원가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전략아래 중국, 동남아 등 해외생산 기지 구축작업을 보다 가속화하기로 했다. LG전자의 경우 외화예금 및 매출채권을 줄이는 한편 기존에 한달 단위로 점검하던 환율 전망 주기로 하루 단위로 바꿔 환차손발생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현대ㆍ기아차도 결제통화 다각화, 고수익 차종의 수출강화 등에 나서는 동시에 외화차입비중을 확대해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액 감소(환차손)를 상쇄할 방침이다. 특히 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데다 유로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지역 수출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형욱기자,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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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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