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카드 자사주 매입, 속도 빨라지나


삼성카드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제 물량매입은 더디게 진척되고 있어서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입 기간이 절반 가량 남은 상황에서 현재까지 매입 물량은 15%에도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카드가 장내에서 매입하기 보다는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럴 경우 삼성카드의 수급여건 개선 기대감은 낮아지게 된다.

삼성카드는 지난 8월 자사주 710만주를 장내 매수 후 이익소각 한다고 밝혔다. 매수 시간은 9월3일부터 11월 30일, 소각예정금액은 8월 30일 종가인 3만5,150원을 기준으로 2,495억원에 달한다. 삼성카드는 이익소각 발표 후 수급에 대한 기대감에 한때 17% 가까이 상승하는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익소각의 기대감은 불과 4일만에 끝났다. 지난달 6일 4만2,7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4만1,000원 내외에서 횡보세를 보이며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카드의 자사주 매입 태도를 볼 때 계열사 지분 매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매수 시작 시점 이후 지난 9일까지 25거래일 동안 자사주 매입 물량은 94만여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가 기간 내 710만주의 이익소각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매일 16만주 이상 매수해야 한다. 이는 최근 한달간 일 평균거래량 17만5,000주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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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잔여 거래일에 비해 매입해야 할 자사주 수량이 많아 삼성카드의 자사주 매입 속도가 증가할 경우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최근들어 4만1,000원 이상에서는 거의 매수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매매전략을 보이고 있어 기간 막바지에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 기준으로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는 총 35.29%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다. 이밖에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주식의 26.41%를 가지고 있고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0.03~3.59%의 지분율을 나타내고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총 68%다.

최 연구원은 “계열사들의 지분과 이익소각 지분을 비교해 볼 때 계열사 지분 매수는 큰부담이 없다”며 “자사주 매입 기간을 이용한 장내 주식 처분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11월로 갈수록 자사주 매입에 따른 수급 여건 개선 기대감은 다소 낮춰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장내 매수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한 후 소각할 경우 대주주지분을 유상소각하는 꼴이 된다”며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삼성그룹 차원에서 그런 결정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삼성카드는 계열사 지분 보다는 장내 매수를 통해 이익소각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따라서 예정 기간인 11월 말로 다가갈수록 자사주 매입에 따른 수급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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