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31로 중원의 거대한 흑진이 완성되었다. 사방에서 조금씩 삭감은 당하겠지만 이 정도의 골격이면 덤 이상 이긴다는 것이 프로들의 상식이다. 조치훈은 거대한 흑진의 삭감을 서두르지 않고 백32로 현찰부터 챙겼다. 13집 정도의 끝내기. 이제 선수는 박영훈에게 돌아갔다. 어떤 식으로 승리의 못질을 할 것인가. 검토실과 공개해설장에서는 여러 개의 셔터내리기 방법이 소개되고 있었다. 박영훈도 역시 초읽기에 몰린 상태. 그는 초읽기의 압박 속에서 흑37을 선택했다. 조치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38로 뛰어들었다. 결과론이지만 흑37로 44의 자리에 지켰으면 흑이 무사히 골인했으리라는 것이 후일에 확인된 연구. 하지만 실전보 37이 더 안전한 의미도 있으므로 지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흑43은 당연한 응수였고 이것으로도 물론 흑승이긴 하지만 양재호9단과 조한승7단은 참고도의 흑1로 손을 돌리는 것이 더욱 현명했다고 단언했다. 나중에 이 부근에서 요술 같은 역전극이 벌어진 것을 감안한다면 이 그림의 최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52는 인내의 극치. 바로 이 인내가 나중에 빛을 뿜게 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