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역사의 향기] <60> 신영동 세검정


조선 시대를 통틀어 중도에서 폐위된 임금은 2명이다. 바로 연산군과 광해군이다. 불명예스럽게 퇴위했기에 조(祖)·종(宗)으로 불리지 못하고 그냥 이름인 '**군(君)'으로만 역사에 남아있다. 백성이 임금을 쫓아낸다는 것은 이웃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임금을 몰아내고도 왕조가 유지된다는 것도 세계사에서 찾기 쉽지 않은 사례다. 조선왕조가 그만큼 긴장과 균형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국왕조차도 잘못하면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관련기사



연산군의 잘못이야 너무나 분명하지만 광해군의 경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경제·사회를 재건하고 중국 명·청 교체기의 줄다리기 외교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폐모살제(廢母殺弟)라는 윤리적인 결함에 명나라를 떠받드는 성리학 근본주의자들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이어 등장한 인조 대에 오히려 병자호란이라는 새로운 전쟁이 폭발한 것도 앞선 광해군의 공로를 인정해주는 이유다. 사진은 1623년 인조반정을 일으킨 반정군이 냇물에 칼을 갈며 거사를 준비했다는 세검정(洗劍亭)이다. 북악산의 북쪽, 지금의 종로구 신영동에 있다.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