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 정부의 명칭을 참여정부로 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질서 확립 등 12대 국정과제도 최종 확정됐다.
국민참여를 바탕으로 정부를 운영하고 이를 통해 개혁과 발전을 도모해나간다면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한단계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않다.
이제 새 정부의 이념을 구체화하고 집행하는 고위 책임자인 장관의 인선이 국민적인 관심사다.
정부 부처의 수장인 장관이 하는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구미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새로운 정권이 출범했을 때 장관의 자리에 누가 앉느냐를 보고 앞으로 그 나라의 정책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요즘 국민들의 눈과 귀는 누가 어떤 기준에 의해 어느 부서 장관으로 임명될 것인지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입각하는 장관들은 새 정부의 첫번째 국무위원으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향후 5년간의 성패를 좌우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니게 된다.
첫단추를 잘 꿰어야 만사가 형통하듯이 노 당선자가 인터넷 추천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장관 적임자를 찾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새 정부의 장관급 자리는 부총리급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비롯, 금융감독위원장ㆍ공정거래위원장ㆍ국세청장 등 3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하나같이 우리 경제와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많은 자리 중에서도 특히 경제부 총리인 재경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의 인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공정거래위원장이나 국세청장 같이 기업에 대한 조사권을 가지고 있는 막강한 자리에 누가 앉느냐가 더 큰 관심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법에 따라 성실히 납세의무를 이행해온 기업이라면 국세청장이 누가 되든 크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와 같이 기업경영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관련 부처의 장관 인선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의 경우는 다르다고 본다.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이 두자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는 조화와 균형의 감각, 남다른 판단력을 갖춘 이가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국제경제의 조류와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아무리 어려워도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는 이였으면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참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미ㆍ이라크 전쟁설과 고유가는 차치한다 해도 우리의 산업경쟁력은 선진국과 중국의 틈새에서 넛크래커(호두까기) 속의 호두마냥 불안하기 그지없다.
소비와 투자는 갈수록 위축되고 많은 기업들이 기업 여건이 좋은 나라를 찾아 탈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외국인 투자자들도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규제와 강력한 노동조합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에 열렸던 주한외국기업인과 노 당선자와의 간담회에서 대다수의 질문이 노동문제와 노사관계에 집중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우리 경제와 노동정책을 두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할 재경부와 노동부 장관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현실을 올바로 직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실천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난해 한때 중국의 주룽지 총리가 사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자 세계경제가 출렁거린 적이 있었다. 만약 주 총리가 사임하면 지금까지 중국이 취해왔던 개방정책의 기조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각료의 자리가 자국민에게는 물론 외국인에게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얼마 전 노 당선자는 주한 외국기업인들을 만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책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 결과 시의적절한 언급을 통해 이들의 불안을 달래주고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 평가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제 새 장관의 면면은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다. 누가 장관이 되든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당선자의 정책의지를 대원칙으로 삼아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김효성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