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에셋플러스] 지금 글로벌마켓은 / 중국

정하늘 한화투자증권 중국경제연구원

'후강퉁'으로 문여는 中시장… 줄선 글로벌 자금

中증시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 새로운 투자처로 관심 커져

외국인 중장기 비중 확대 예상… 내구재·IT·소비재·통신주 주목



한국이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전통적인 예·적금 위주의 투자로는 자산증대가 어려워졌다. 부동산 경기와 주식시장의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우리 보다 먼저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경험한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보면 한국 역시 기대수익률이 높은 해외자산으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중국의 자산시장 개방 움직임은 한국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저평가되어 있는 중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위안화 절상 기대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후강퉁'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주식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3년간 박스권에 갇혀있는 '박스피'를 떠난 개인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중국을 고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강통 도입은 잠시 연기됐다. 홍콩 시위 때문인지, 자본이득세나 양도소득세 등 세금문제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처럼 기왕 이렇게 된 거 후강통에 대해 보다 면밀히 살펴보자.

◇홍콩과 상하이 간 직통열차 후강퉁=후강퉁은 해외 투자자가 홍콩거래소의 회원증권사를 통해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후구퉁'과 중국 본토 투자자가 상하이거래소의 회원증권사를 통해 홍콩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강구퉁'의 합성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라이선스를 받지 않아도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을 매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일일 쿼터(Quota)와 전체 쿼터(Quota) 그리고 여전히 유지되는 외국인 지분 30% 제한 등 다양한 제약 조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후강퉁을 필두로 한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에 주목하는 이유는 GDP 대비 시가총액이 52%(2013년 기준)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개방에 보수적이던 중국정부는 왜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을까. 중국정부가 후강퉁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스스로가 '세계의 투자자'로 자리매김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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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시장'으로 변신하려면 우선 국유기업을 민영화하는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중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국유기업의 비중이 높은 상하이거래소를 선전(深川)보다 먼저 개방하려고 하는 이유다. 국유기업 민영화를 위해 중국 내 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 포함하는 더 큰 시장이 필요해진 것이다. 또 자금의 직접조달 경로를 자본시장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증시 활성화 목적 역시 한몫 했다.

다음 단계인 '시장'에서 '투자자'로 변신하려면 위안화가 글로벌 통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위안화를 매개로 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생각이다. 즉 글로벌 투자에 앞선 테스트로 홍콩시장 투자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홍콩이 글로벌 자금의 중국 유입 관문이었다면, 앞으로 홍콩은 중국 자금이 글로벌로 퍼져 나가는 관문이 될 것이다.

◇외국인에게 소외되는 한국시장, 이제 우리도 중국에 투자하자=후강퉁 시행은 확실히 중국 자산시장을 더욱 매력적으로 평가하게 만든다. 매력적인 시장이 바로 옆집이지만, 한국은 맘 놓고 웃을 수 없다. 중국이 자산시장을 개방하면 중국 A주가 세계적인 벤치마크 지수인 MSCI 이머징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중국 A주가 MSCI 이머징 지수에 편입되면 한국의 비중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글로벌 펀드가 한국에 투자한 자금을 빼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내년 2015년 6월 글로벌 시장분류 심사(Market Classification Review)에서 중국 A주가 MSCI 이머징 지수에 부분(5%) 편입된다면, 한국의 비중은 0.2%포인트 줄어들고 중국의 비중은 0.9%포인트 증가하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지난 3월12일 보도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지수(MSCI Emerging Market)를 추적하는 글로벌 펀드자금은 약 1조5,000억 달러 수준이다. 이 중 패시브(Passive) 자금이 전체의 30% 수준(4,500억 달러)이라고 가정하면 중국으로는 40억5,000만 달러가 유입되고, 한국시장에서는 9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중국 A주가 100% 편입되면, 중국의 비중은 현재보다 8.7%포인트 확대돼 총 27.7%, 한국은 1.7%포인트 감소한 14.2% 수준으로 조정된다. 이 경우 한국에서의 자금유출 규모는 약 76억5,000만 달러 수준이다.

옆집에서 잔치가 열리는데 찾아가서 고기라도 한 점 더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후강퉁 시행이 우리나라 증시 수급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만 고민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중국시장 개방에 따른 과실을 얻기 위해 중국 편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물론 상하이와 홍콩에 동시 상장된 종목의 차익거래(아비트리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후강퉁 시행 이후 오히려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는 외국인 수급 개선에 따른 장기전이 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중국에서 비중확대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한 투자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주요국의 섹터별 시가총액 비중과 중국을 비교하면 내구재, IT, 소비재, 통신 등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정부정책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 문화, 로보트 등 정책 수혜주 등이 유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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