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착륙 가능성, 그리고 고유가라는 세계 경제의 3대 악재에 대한 불안심리가 진정되자 이번에는 부동산발 충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호주는 이미 고용감소 등 충격파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거품붕괴는 자산가치 급락→소비위축→투자위축→고용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변수보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주택담보대출의 상환능력을 떨어뜨리고 은행의 부실을 초래해 금융시장 전반을 불안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붕괴에 따른 충격이 고유가에 따른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부동산 거품붕괴 조짐=지난 3~4년간 지속된 미국과 유럽연합(EU)ㆍ영국 등의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주택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여유자금들도 부동산으로 몰려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었다. 영국의 경우 지난 97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7년 동안 집값이 115% 올랐다. 호주와 미국도 각각 105%와 52%씩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은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이 뛰어 거품붕괴에 대한 우려가 고조돼왔다.
그러나 금리인상 등으로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시드니 등 호주 주요 도시의 집값은 1ㆍ4분기에 최대 13%나 하락했다.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던 미국도 일부 도시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집값 하락은 저금리 시대가 거의 끝나가고 지나치게 많이 뛴 부동산 가격이 신규 구입을 주저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부동산시장 위축은 보다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앤디 시에는 “갑작스런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며 세계 경제가 공황적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거품붕괴에 따른 경제충격도 현실화=부동산 가격의 급락으로 예기되는 경제 충격은 무엇보다 소비위축이다.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말 발표된 호주의 5월 고용자수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 여기다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며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증가시킬 경우 소비위축은 한층 심해진다. 금리인하 기조 속에서 더 낮은 대출금리로 갈아 탄(리파이낸싱) 소비자들이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지난해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금리인상과 함께 부동산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경우 고용효과가 커 내수의 버팀목이 되는 건설경기가 주저앉게 되는 부담도 크다.
◇부동산시장 경착륙 방지책 시급=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부동산시장 붕괴는 소비자와 기업들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고유가보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훨씬 크다고 경고하며 경착륙 방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시장과열을 조장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설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지나친 규제로 ‘압박정책’을 펴다 부동산 경착륙과 금융부실의 악순환을 야기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