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의 'IT 빅뱅', 모바일 혁명이 이끈다

삼성 주도 동아시아권 메가톤급 세력 부상

"우리 생애에서 다시는 못 볼 IT(정보기술)활황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다가올 활황은 90년대의 1차 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일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MS) 회장이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제2의 IT붐' 도래를 선언하며 남긴 말이다. 지난 80년 이후 PC가 주도해 온 IT 산업의 무게중심이 최근 들어 모바일쪽으로 급속도로 이동하면서 `모바일 혁명'이 빌 게이츠가 `제2의 IT 붐'으로 표현한 `디지털 빅뱅'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MP3, 게임기 등 모바일 기기들이 `일상의 일부'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산업, 문화 등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나가고 있다. 이러한 `모바일 혁명'은 독자적 영역을 파괴, 융복합화하는 디지털.모바일 컨버전스와 맞물려 그 종착역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이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솔루션(SMS) 포럼 2005'에서 "미래 IT 시장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모바일 컨버전스의 핵심 열쇠인 솔루션에서 주도권을 확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내는 곳만이 미래 디지털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경쟁력의 `승부처'를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의 기술력에서 찾고 반도체 부문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바탕으로 모바일 분야 토털 솔루션 업체로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를 창조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점점 가속페달을 밟게 될 `모바일 혁명'의 진원지로 동아시아를 주목, 1차 IT 붐을 미국쪽이 주도한데 이어 한국-대만-중국-일본을 주축으로 한동아시아 지역이 새로운 모바일 시대를 열어나가는 `선봉대'로 급부상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대만에서 세계 첫 모바일 포럼을 창립, 올해로 2회째를 맞은것도 이러한 움직임과 연결된다. ◆`디지털 빅뱅, 모바일이 주도한다' = 삼성전자는 모바일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에 힘입어 2008년께면 전체 반도체 매출 비중 중 모바일 부문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PC 관련 수요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28% 수준이었으나 이미 지난해모바일 28%, PC 26%로 `전세'가 역전됐다. 3세대폰이 보편화되는 2008년께는 모바일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35%로 상승가도를 달리는 한편 PC 부문은 20% 초반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약 20년전 휴대폰이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 아니 90년대 초만 해도 마치 무전기를 연상시키는 둔탁한 모양의 휴대폰은 부의 상징이나 특수 임무를 위한 전유물로만 여겨질 뿐이었다. 그 누구도 휴대폰이 디지털 모바일 기기의 `꽃'으로 자리매김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 MP3, 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접목되면서휴대폰은 디지털 컨버전스를 주도하며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PC가 이끌던 1차 IT 붐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또하나의 새로운 세상이 `모바일'의 힘으로 열리는 것이다. 이미 보편화된 결제 기능은 말할 것도 없고 나노와 바이오의 결합으로 건강진단기능까지 등장한 것만 보더라도 휴대폰의 진화는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로 휴대폰이 홈네트워크 생활의 핵심축으로 자리할 날도멀지 않았다. 이에 더해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위성 및 지상파 DMB 기술도 휴대폰에 속속채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프랑스 칸에서 열린 `3GSM 세계회의'에서는 3세대에서 3.5세대이동통신서비스인 HSDPA(초고속데이터전송기술)로 퀌컴과 지멘스가 세계 처음으로실시간 네트워크로 시연, 지멘스 내년 초 상용화가 가능한 단말기를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모바일 TV의 등장도 이미 가시권안에 들어왔다. 이달 초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 2005' 전시회에서는 삼성전자가 700만 화소 카메라폰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세계 WCDMA 휴대폰 시장은 지난 2002년 32만대 수준에서 2003년 253만대, 2004년 1천396만대, 올해 3천716만대에 이어 2007년 1억4천119만대로 1억대를 돌파하고1년만인 2008년 1억9천648만대로 2억대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MP3 시장 역시 ▲2002년 410만대 ▲2003년 750만대 ▲2004년 1천300만대 ▲2005년 1천950만대 ▲2006년 2천650만대 ▲2007년 3천450만대 등으로 폭발적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모바일 기기들이 끊임없는 진화 속에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면서 삶의 패러다임자체를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칩 하나가 모바일 세상을 바꾼다' = 황창규 사장은 "지난 2002년 2월 ISSCC총회 기조연설에서 1플래시 메모리 용량이 1년에 두배씩 증가한다'는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하며 모바일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를 예측했을 때만 하더라도 의구심 어린시선이 적지 않았다"며 회고한다. 황 사장은 "그러나 실제 시장 움직임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시장이 일어날 정도로 오히려 우리의 예상보다도 빠르게 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몇 년전부터 이러한 모바일 컨버전스에 대한 대응준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반도체 제품들이 모바일 기기의 혁신과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게임기, PDA, MP3 등 각종 모바일 기기들은 갈수록 기능은 매우 다양해지면서도주머니에 간편하게 휴대할 정도로 사이즈는 점점 슬림화되고 있으며 모바일 반도체의 기술력이 이러한 고성능화, 소형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 폰, MP3 등 향후 2∼3년내에 10GB(기가바이트) 수준까지 모바일 기기의저장매체가 하드디스크(HDD)에서 플래시 메모리로 급속도로 대체될 것으로 삼성전자는 내다보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는 휴대성, 디자인, 신뢰성 등에서 HDD를 크게 능가한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8기가 낸드를 탑재한 16GB 메모리카드는 MP3 4천곡, 신문 102만4천장, DVD급 동영상 16시간 저장이 가능해 소용량 하드디스크 및 디지털 캠코더테이프의 대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SMS 포럼에서 세계 처음으로 출시한 모바일 기기용 SiP(시스템인 패키지)와 1Gb급 모바일 D램도 이같은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제품들이다. 여러 종류의 메모리 칩을 1개의 패키지로 쌓아올린 다중칩(MCP)도 진화를 거듭,올초 세계 최초로 개발한 8칩 MCP는 기존 2칩, 4칩, 6칩과 두께는 같지만 8개의 칩을 쌓아올렸기 때문에 카메라폰, 3G폰, DMB폰 등 기하급수적으로 대용량화, 고성능화하는 휴대폰의 두께가 늘어나지 않게 하는 `비밀'을 쥐고 있다. 각 칩의 두께는 머리카락 두께의 절반 수준인 50미크론(㎛)에 불과하다. 황 사장은 "모바일 기기의 융복합화가 놀랄만한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판도를 가늠하기는 정말 힘들다"며 "가장 먼저, 가장 싼 가격에, 기존 상상력을 뛰어넘는 파괴력 있는 제품을 내놓는 곳이 IT 산업을 리드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삼성 주도 동아시아, 모바일 `리더군' 부상 =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에서 유일한 모바일 관련 포럼인 `삼성 모바일 솔루션(SMS) 포럼'을 창립, 대만에서 개최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에서 헤게모니를 쥐기 주도권을 쥐기 위한 차원이다. 삼성전자는 추후 포럼 개최국을 늘리는 등 이번 포럼을 올해로 16회째를 맞는인텔의 IDF(인텔 개발자 포럼)에 맞먹는 수준으로 확대.발전, 이미 현실로 다가왔고앞으로 더욱 가시화될 모바일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지배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황 사장은 "단순히 칩만 만드는 곳이 아닌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우리의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모바일 혁명의 리더십을 장악하기 위한 `일차적 동반자'로대만을 선택했다. 모바일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개발된 신제품.신기술을 공유하고 협력, 표준화 주도에 동참하고 새로운 가치를 함께 창출해 나가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앞으로의 IT 산업은 기존 양상과는 전혀 상이한 형태가 될 것"이라며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제품으로 시장을 앞서 창출, 독보적 우위를 확보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협력자들과 함께 시장을 엮어내고 만들어가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한국, 일본과 달리 대만은 중소.중견 OEM.ODM 업체들위주로 산업 기반이 형성돼 있으나 노트북, LCD, 마더보드 부문에서 각각 65%, 40%안팎, 80%의 세계 시장 점유율로 세계 3대 IT 시장의 주요 생산기지로서 지배력을갖고 있다. 또한 기술 트렌드에 민감한 역동적 특성을 갖고 있는데다 중국에 대한 교두보역할도 할 수 있어 대만이야말로 모바일 시장을 함께 이끌어갈 적절한 시장이라는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대만의 경우 아직 IT 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모바일 부문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홍완훈 삼성전자 대만법인장(상무)은 "대만업체들의 IT 응집력과 기술력은 매우높은 수준"이라며 "여기에 자금력이 더해져서 앞으로 더욱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사장은 "미국의 경우 PC가 잉태된 종주국임에도 불구, 모바일이나 디지털 가전 부문은 오히려 동남아 지역보다 속도가 느리며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아시아 지역내 IT 산업의 역동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예견대로라면 PC가 이끌어온 1차 IT 붐을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 이끌어온 것과 달리 `디지털.모바일 빅뱅'이라 부를 만큼의 파괴력이 예고되는`모바일 컨버전스 혁명'에서는 동아시아권이 중추 세력으로 등장, 세상을 바꿔나가는 선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대만과 중국간 연계로 중국이 광활한 생嫄誰嗤?발판으로 가세, 한국-대만-중국-일본 등을 잇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IT 역사를 새로 쓰는 `주역'들로 자리매김할지에 세계 업계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송수경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