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FTA추진 리더십의 부재

민병권 기자 <산업부>

“정부가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방침을 천명했지만 산업 부문별 이해관계의 충돌을 중재할 여건이 너무도 미약합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 다음달 1일 한ㆍ칠레 FTA 발효 1주년을 앞두고 정부의 FTA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ㆍ싱가포르ㆍ아세안ㆍEFTA(유럽자유무역연합) 등 20여개국과의 FTA 체결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구촌 경제가 블록화, 지역주의화돼가는 과정에서 ‘FTA 지각생’으로 고립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차원에서 당연한 움직임이지만 우리 정부가 아직 충분한 협상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큰 문제다. FTA는 현상 대상국과의 산업 비교우위에 따라 전혀 다른 전략을 갖고 임해야 한다. 이미 발효된 한ㆍ칠레 FTA에서 우리의 전자ㆍ자동차산업 등이 수혜산업이었다면 농업은 피해산업이었다. 반면 협상 중인 한일 FTA에서는 농업과 자동차 등의 수혜 여부가 역전된다. 이처럼 FTA는 상대국과의 산업 비교우위 현황에 따라 국내 산업 부문별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FTA를 원활히 추진하려면 무엇보다도 이 같은 이해집단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제서야 부랴부랴 관련 부처의 FTA 전담조직을 끌어모으고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한ㆍ칠레 FTA가 발효된 지 6개월이 흐르고 나서야 지난해 10월 재정경제부 산하에 대외경제위원회 실무기획단을 겨우 꾸렸고, FTA 업무를 주도적으로 맡고 있는 통상교섭본부마저도 지난해 말에 30여명의 FTA국을 뒤늦게 구성했다. 그러나 이 정도 인력으로는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업무를 소화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심지어 당사자격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까지 “정부 각 부처의 FTA 전담조직은 이제 겨우 현안을 이해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진행하고 있다”고 고백할 정도다. 여기에 통상교섭본부장만 해도 아직 장관급으로 승격이 돼 있지 않은 상태라 관계 부처들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조율해나갈 힘이 부족하다. 정부에 묻고 싶다. ‘개방형 선진 통상국가’를 목표로 외치지만 정작 그러한 시스템은 갖췄는가라고, 말보다는 실천이 앞서는 정부의 자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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