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넋 빠진 코레일


KTX가 연초부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서야 할 역에 서지 못하고 지나친 역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후진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일 오후7시3분 서울역을 떠난 부산행 KTX열차가 영등포역에 정차하지 않고 2.6㎞를 더 간 후에야 정지한 뒤 10분에 걸쳐 후진해 영등포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탑승객들은 갑자기 무슨 사고가 일어난 것은 아닌지 크게 놀랐고 영등포역에서 이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 또한 어안이 벙벙했다.

KTX를 운행하는 코레일 측은 KTX기장이 순간적으로 착각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코레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고 싶은 걸까. 대답은 '아무리 사람이 하는 일이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이다.


코레일은 열차를 되돌려도 되는지 확인한 뒤 열차를 후진시켰다며 안전상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똑같이 사람이 하는 일인데 확인을 잘못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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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지난해 광명역 KTX열차 탈선사고 이후 국민들을 상대로 단 한 건의 사고 및 장애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직원 대상 안전교육 및 시설물 안전조치 등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누차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크고 작은 KTX 운행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팽정광 코레일 사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고 이후 모든 책임이 코레일에 있다고 즉각 사과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레일은 이번에도 "앞으로 직원들의 교육 및 관리감독을 강화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이 말을 믿어줘야 될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KTX는 하루 172회 운행되며 일반열차ㆍ화물열차를 포함하면 하루 평균 837회 열차가 움직인다. 이 사실이 이렇게 운행이 많기 때문에 조그만 문제는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이어지면 곤란하다. 이는 그만큼 더 철저하게, 한 번 더 확인하는 안전 운행을 해야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코레일의 안전사고를 보면 근본적으로 코레일 경영진을 비롯한 전직원의 정신자세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코레일의 뼈저린 반성을 촉구한다.

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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