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철회하라" VS "마녀사냥" … 이념 논쟁으로 변질된 역사교과서

■교학사 교과서 선정 번복 끝없는 논란

교육부 "외압" 발표에 정치권까지 가세 불씨 키워<br>일부선 "철저한 기준으로 국정교과서 제작도 대안"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수정작업을 거쳐 고등학교 교과서 선정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교학사 교과서 사태를 바라보면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한 논쟁은 실종되고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립만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진보 색채를 띤 교과서가 즐비한 가운데 보수적인 교과서는 단 한 권도 설 자리가 없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는 이미 교과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념 갈등을 배제할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국사 교과서는 앞으로도 정쟁의 도구가 되고 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이를 철회한 학교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8일 교육부는 이들 학교에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단순한 교과서 채택 문제를 넘어 보수와 진보의 대결, 여야의 대치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부는 이날 지난 6~7일 양일간 한국사 교과서 선정 결정을 변경한 20개 학교에 대해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몇몇 학교가 일부 시민단체 등의 특정 교과서 선정 결과에 대한 일방적 매도 등에 부담을 느껴 교과서 선정을 변경·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교과서 채택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번복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일부 학교가 교과서 선정을 번복한 것은 시민·교직단체 등의 항의 방문과 조직적 항의 전화 등이 주된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하지만 교육부는 조사를 실시한 20개교 가운데 몇 개 학교에서 외압이 교과서 변경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주 상산고와 울산 현대고 등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이를 변경했고 파주 한민고는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했다 이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마지막까지 교학사 채택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는 전국에서 경북 청송여고가 유일하다. 이렇게 되자 청송여고는 보수와 진보의 격전장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7일 자신의 블로그 '조갑제닷컴'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마지막 잎새' 청송여고에 격려 전화 겁시다!" 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반면 전교조는 청송여고의 교과서 채택 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으며 일부 농민·사회단체는 이날 청송여고를 항의 방문했다.

최근에는 정치권도 역사 교과서 논란에 끼어들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여당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 압력을 가한 단체 등을 비난하고 있는가 하면 야당은 교육부의 특별조사 자체가 정부의 외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들이 일부 세력의 집단적 압력에 의해 결정을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자신들의 시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지메(집단 따돌림)를 가하고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내는 것은 특정 세력의 반민주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7일 "교학사 교과서를 역사 교과서로 채택했다가 이를 철회한 학교를 교육부가 특별조사하는 것은 정치적 외압"이라며 "교육부 조사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정부가 외압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 여야의 대립으로는 결코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국정 교과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 교육학 교수는 "검정위원과 예산을 확대해 철저한 기준으로 국정 교과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사 교과서는 앞으로도 진보와 보수의 각축장이나 여야 정쟁의 도구가 될 뿐 해결책을 찾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