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걸프만 6개국 틈새 투자처로 각광

국제유가 100달러 선 안착하자

대규모 복지·인프라 투자 재개

정치안정에 투자자도 산유국 리턴

두바이 18개월만에 국채발행 성공

올 국채 발행규모 500억달러 "사상 최대"


러시아·중국 등 대표적인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가 흔들리는 사이 걸프만 지역 중동 6개국(GCC·걸프협력회의)이 글로벌 투자가 사이에서 틈새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선에 안착하면서 GCC 국가들이 다시 투자를 재개한 가운데 '아랍의 봄' 이후 빠져나갔던 투자가들도 정치가 안정된 산유국들로 '리턴'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두바이가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7억5,000만달러의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15년 만기로 발행된 이 채권(수쿠크)에는 영국·유럽·아시아 등에서 투자가들이 몰리며 발행 예정금액보다 3배 이상의 청약이 이뤄졌다. 수쿠크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투자 결과에 따른 수익을 돌려주게 돼 있어 발행 당시 금리는 책정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 평가된 금리는 5% 수준에 불과했다. 그만큼 투자가가 몰려 가격이 높았다는 의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전력사인 사우디일렉트릭시티도 최근 25억달러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단일 기업이 이 지역에서 발행한 채권 규모 중 최대다. FT는 "올해 GCC 국가들의 국채발행 규모는 연간 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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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 대한 투자가들의 평가가 높아지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를 프런티어마켓지수에서 이머징마켓지수로 편입시킬 예정이다.

이처럼 걸프만 산유국들이 글로벌 투자가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올 들어 유가가 100달러선을 회복하면서 경제사정이 크게 호전됐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대규모 인프라와 복지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두바이는 지난해 러시아와 터키를 제치고 오는 2020년 세계엑스포를 유치하면서 공항·호텔·전시센터 등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카타르는 월드컵 관련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쿠웨이트는 올해 71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 플랜트 발주 재개에 나서는 등 중동붐이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중동 시장에서 줄지어 빠져나갔던 글로벌 투자가들이 정치가 안정된 산유국인 GCC 국가에 눈을 돌리면서 중동 내에서도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UAE 대사를 지낸 권태균 대외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정불안이 발생했던 대통령제 아랍 국가들과 달리 왕정 산유국들은 안정적인 정치여건과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경제개발 정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정정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최근 투자가들의 외면으로 국채발행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23일 200억루블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투자가들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자 정부가 경매를 취소했다. HSBC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주류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거시경제가 튼튼한 작은 국가들로 흘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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