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론 불똥 뉴욕시장 강타

■ 뉴욕증시 휘청"타이코社등도 회계조작 가능성"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뉴욕 증시가 29일 타이코 인터내셔널과 윌리엄스가 최근 파산한 에너지그룹 엔론처럼 회계 장부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미확인 정보로 폭락했다. 부실회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장 전체가 휘청거린 셈이다. 실제 이날 하루 종일 뉴욕 증시의 발목을 잡은 것은 타이코와 윌리엄스였다. 월가에서는 두 회사가 엔론처럼 ▲ 회계장부 조작 ▲ 경영진 갈등 ▲ 파산의 순서를 밟을 것이라는 루머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날 타이코 주가는 20%, 윌리엄스 주가는 25% 급락하는 등 모두 20년 만에 최대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게다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엔론 파산때 신용등급 조정을 게을리 했다는 비난을 극복하기 위해 신용등급 평가를 서두른 것도 투자자들의 패닉을 가중시켰다. ◆ 회계조작 루머 타이코는 보안장비와 의료기기, 전자 제품 등 다양한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이날 프랭크 왈쉬 이사에게 금융회사 CIT를 인수할 때 협조한 대가로 200만 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월가에서는 타이코의 이사회 내부에 경영진 갈등이 발생했으며 회계 분식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왈쉬 이사는 타이코의 사외 이사로 재직하면서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는 미국 기업의 경영 관례에서 특이한 케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왈쉬 이사는 타이코가 지난해 CIT를 인수할 때 이를 성사시킨 대가로 개인과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에 각각 100만 달러를 지급받기로 했으며, 타이코의 이사회가 이를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타이코가 최근 회사를 4개 분야로 분사하겠다고 발표할 때 회계 분식의 가능성을 경고했으며, 사외이사에게 거액의 커미션을 주기로 한 것은 이사회 내에 경영갈등을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타이코는 올들어 주가가 42% 하락, 제2의 엔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연쇄 파산 루머 엔론과 같은 가스 파이프 회사인 윌리엄스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맬콤은 통신 계열사의 분사과정에서 최대 24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이날 발표하기로 예정했던 4ㆍ4 분기실적을 연기했다. 엔론이 12억 달러의 자산 감가상각을 발표한 이후 한달 만에 파산한 망령이 윌리엄스에 적용된 것이다. 윌리엄스도 엔론처럼 에너지 거래와 파이프 라인 사업을 한데다 통신사업에 참여,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전날 광케이블 회사인 글로벌 크로싱이 파산보호신청을 내자 시장에선 다음 순서가 윌리엄스라는 루머가 돌았었다. 윌리엄스의 발표로 이날 ▲ 미란트(19%) ▲ 캘파인(15%) ▲ 엘파소 코프(11%) ▲ 다이너지(11%)등 미국의 에너지 회사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 주가수익률에 대한 회의론 고개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증시 폭락과 관련, 투자자들의 신뢰가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을 잇따라 내놓았다. 엔론을 시작으로 많은 주요 기업들의 회계 관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은 기업실적을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 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 기업 회계자료 자체가 부실하다는 의혹이 높아지면서 주식가치 계산의 절대적 지표로 인식돼 온 주가수익률(PER)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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