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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간의 폭풍성장으로 시장이 포화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기존의 주타깃층인 40 50세대 위주에서 1020세대가 타깃인 캐주얼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아웃도어 상위 5개 브랜드(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네파)가 지난해 일제히 연 매출 5,000억원을 훌쩍 넘긴 가운데 아웃도어 업체들이 뚜렷한 강자 없는 캐주얼 시장을 신규 고객층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캐주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이돌 스타를 전속 모델로 전면에 내세운 SNS 마케팅을 진행하는가 하면 일상복 라인을 따로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야크는 최근 10대 학생과 20대 후반까지의 직장인을 겨냥한 '네오수트' 라인을 출시했다. 젊은층의 일상 및 야외활동에 두루 적합한 캐주얼 의류가 전략 포인트로, 네오수트 라인에서는 데일리백(Y-G백)이나 트레일 워킹화 등 잡화제품도 함께 선보였다. 신인 아이돌 그룹인 갓세븐을 내세워 개별 라인을 홍보하는 마케팅을 펴고 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중장년층 위주의 시장도 잘 되고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잠재력 높은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캐주얼에 가까운 신규 라인을 선보였다"며 "브랜드 파워가 강해지면서 다양한 제품을 소화하고 싶은 욕구도 높아지면서 다운 제품을 사 입던 중고등학생들이 원하는 제품을 고심한 결과"라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노스페이스도 '화이트라벨', 밀레는 '엠리미티드' 등 별도라인이나 별도 브랜드로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젊은층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곳도 있다. 이달 초 브랜드 공식 페이스북이 6만 명과 친구를 맺어 업계의 화제를 모았던 코오롱스포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전속모델인 아이돌 그룹 엑소를 내세워 시즌 신상품을 알리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SNS는 엑소 멤버가 연습실에서 입은 셔츠나 화보 촬영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올려 팬덤 문화가 강력한 10대와 끈끈한 연결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업체들의 움직임은 10~20대 고객이 아웃도어 시장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코오롱스포츠의 지난해 매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10대와 20대 구매 고객비율은 전체의 20%를 차지해 12%였던 지난 2011년에 비해 2배 가량 점유율을 높였다. 50대 이상의 매출이 38%로 가장 높지만 2011년의 45%에서 크게 빠진 수치이며 30대는 2011년보다 4%포인트 상승한 21%, 40대는 5%포인트 하락한 21%를 기록해 기존의 주타깃층인 40~50대는 매출 구성비가 줄어든 반면 10~20대가 새롭게 핵심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아웃도어가 캠핑, 여행 등 가벼운 야외활동이나 일상용으로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젊은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아이돌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스타 마케팅과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캐주얼 정복기'는 백화점 시장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봄 입점매장 개편에서 인천점과 마산점의 여성 영캐주얼층에 노스페이스와 밀레의 세컨드 브랜드인 '화이트라벨'과 '엠리미티드'를 새로 입점시키기로 했다. 롯데와 현대 등도 아웃도어 브랜드의 캐주얼층 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캐주얼 시장은 지금 대형 패션업체의 일부 브랜드들만 적자를 간신히 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웃도어 브랜드의 공세가 강력해지면 기존 캐주얼 브랜드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