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는 가을이 아쉬운 은빛의 群舞

억새 명소 3곳 하얀 꽃대가 가을바람에 흔들린다. 억새의 그 화려한 춤사위에 마음까지 덩실댄다. 눈부시게 물결 치는 억새 너머로 아득한 바다. 환청일까. 파도소리가 억새의 화려한 군무에 화답하는 듯하다. 억새꽃 만발한 오서산(충남 홍성) 정상, 가을이 이미 깊었다. 가을은 단풍으로 온 산에 붉은 치마를 둘러놓고, 뒤이어 은빛 억새로 섬섬옥수 백색 저고리를 지어 입힌다. 10월 초ㆍ중순이 단풍의 절정이라면, 억새는 10월말에서 11월초까지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계절이 저물어 감을 알린다. 억새의 절정기를 맞아 오서산을 비롯한 충청 이남의 억새명소 세 곳을 소개한다. ■ 오서산(충남 홍성) 오서산 억새산행은 세 가지 매력을 지닌다. 첫째 장항선 광천역에서 불과 4km거리에 있어 수도권에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고, 산행에 곁들여 토굴젓으로 유명한 광천의 젓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대의 매력은 역시 산의 기품과 바다의 정취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넘실대는 억새의 춤사위 너머로 아득히 펼쳐진 서해안 다도해의 정경이 걸음을 길게 붙든다. 서해바다가 막힘 없이 보여 오래 전부터 '서해의 등대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니 그 빼어난 절경은 이미 세상에 공인된 셈이다. 오서산은 정상까지 바위가 발달되어 있어 악산의 성격을 띠다가 하산코스에서는 완만한 곡선이 이어져 바위지대가 흔하지 않은 육산으로 되어있다. 오르는 길에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단풍길도 이어져있다. 산 정상 부근의 2km에 달하는 주능선이 온통 억새로 뒤덮여 있다. ■ 화왕산(경남 창녕) 산 정상의 10리 억새길이 장관이다. 자하골 매표소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화왕산 산행은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창녕여중을 거쳐 통도사의 부속암자인 도성암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다. 도성암에서 정산에 오르는 50여분의 여정의 고갯길이 고통스러울 만큼 가파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름이 '환장고개'일까. 네 발로 낑낑대며 기어오른 뒤 만나는 탁 트인 정상은 감탄을 자아낸다. 6만여평의 화왕산 억새밭은 몽골이 대초원을 방불케 할 만큼 광활하다. 화왕산 꼭대기 평원에는 목마산성 성곽, 창녕 조(曺)씨의 시조의 설화가 서려있는 삼지(三池) 등이 있다. 목마산성은 신라 진흥황 때 축조된 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의 성곽은 조선시대 때 쌓은 것. 의병장 곽재우가 왜병을 물리친 곳으로도 유명하다. 산의 최정상인 756m고지는 배바위. 두 개로 갈라진 바위가 마치 거대한 함선 두 척이 대양을 가르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바위 위에 오르면 드넓은 억새 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화왕산 억새밭을 한 바퀴 도는 데는 한 시간 남짓 걸린다. ■ 사자평고원(경남 밀양) 사자평고원은 영남알프스의 한 봉우리인 재약산(1,108m) 정상의 동남쪽에 위치한 대평원. 가지산과 재악산 사자봉의 사이를 잇는 이 고원은 해발 700~800m 높이에 넓이는 125만여평에 달한다. 사자평으로 오르는 방법은 표충사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길과 쌍폭포를 지나 고사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첫번째 길은 20~30분 정도를 단축할 수 있지만 고개가 가파르고, 쌍폭포로 돌아가는 길은 완만하다. 고사리마을에서는 찻길을 따라가면 된다. 등산로 입구의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3,000명의 승병을 이끌고 왜군에 맞섰던 사명대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 절에는 물 맛이 좋은 '영정'이라는 샘물도 있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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