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스톡옵션’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시장 강세로 야후ㆍ시만텍ㆍ구글 등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2000년 IT 버블붕괴 이후 장롱 속에 묻어 두었던 스톡옵션을 잇따라 행사하면서 실리콘밸리가 제2의 스톡옵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시만텍의 존 톰슨 CEO는 2004년 2,100만달러의 스톡옵션을 행사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900만달러의 스톡옵션을 현금화했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CEO도 2004년에 3,800만달러에 이어 지난해에는 6,100만달러의 스톡옵션을 현금으로 바꾸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매출기준 150대 상장기업 CEO들이 2004년에 15억5,000만달러의 스톡옵션을 현금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2003년에 비해 50% 크게 늘어난 것이며 2002년 보다는 177%나 급증한 것이다. 이는 스톡옵션 행사규모가 36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발행된 스톡옵션 대비 행사비율도 2000년 47.1%에서 2001년 31.1%, 2002년 21.8%, 2003년 22.2% 등으로 떨어지다가 2004년에는 32.7%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초 이후 주가가 40% 상승한 야후의 테리 세멜 CEO는 지난해와 2004년 각각 1억7,300만달러, 2억2,900만달러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는데 이는 2003년의 2,5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처럼 스톡옵션 행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2004년 초 이래 나스닥지수가 13% 상승하는 등 IT버블 붕괴 이후 주가상승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IT버블 당시 기업들이 스톡옵션 행사가격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스톡옵션 행사가격을 웃돌면서 기업 경영진들이 그 동안 한 켠에 치워놓았던 스톡옵션을 과감하게 행사해 주가차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는 실리콘밸리 지역경제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1인당 소득은 2003년 4만9,724달러에서 지난해 5만3,633달러로 늘어났다. 또 스톡옵션 수입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세수가 2002년 20억달러에서 지난해 32억달러로 크게 증가했으며 올해에는 스톡옵션 관련 세수는 34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앞으로 스톡옵션을 회계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스톡옵션 발행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이전에 발행된 스톡옵션 행사기간 만료시점도 다가오고 있어 앞으로 스톡옵션 행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