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실적부진 양대악재 복병
최근 10여년동안 지속되어 온 뉴욕 증시의 연말 상승세가 올해는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월가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일 대통령선거가 종료되면 뉴욕 증시가 연말 랠리를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대통령선거의 혼란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월가 투자자들을 관망세로 밀어넣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곳곳에서 실적 부진을 밝히는 기업이 속출해 뉴욕 증시를 힘없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나스닥지수는 3,000선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전의 기대수준이라면 지금쯤 4,000선 돌파를 시도해야 할 시점인데, 3,000선 붕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다우지수도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이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여겨졌던 대통령선거 개표결과는 여전히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주 금요일 플로리다주의 해외부재자표 집계가 완료되면 토요일에 21세기 첫 백악관 주인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다음주에 또다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이번주 뉴욕 증시 역시 대통령선거결과, 기업실적 부진 우려라는 양대 악재에 계속 시달릴 전망이다.
그나마 이번주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이어서 증시가 휴장하고, 금요일에도 오전장만 열리는 게 다행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지난주(13~17일) 동향=대통령선거, 공개시장위원회(FOMC), 소비자물가 등 이런저런 재료가 많았던 한 주였다. 이 와중에 실적부진을 발표한 기업도 적지않았다.
지난주는 월요일에 휴렛패커드라는 기술주의 거물이 부진한 실적을 밝히는 바람에 나스닥지수가 5.6%나 폭락, 99년 11월2일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이 무너지는 불길한 모습으로 출발했다. 전주에 5일 연속 하락하던 분위기가 지속된 것이다. 다우지수도 0.8% 하락했다.
그러나 하룻만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월가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골드만삭스의 애비 조셉 코언이 '지금이야말로 주식매입의 적기'라고 강조하데다 메릴린치의 크리스틴 캘리스, 페인웨버의 에드워드 커쉬너 등 월가에서 손꼽히는 투자전략가 3명이 동시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힘입은 듯 14일 나스닥지수는 5.8%, 다우지수는 1.6%나 폭등했다.
또 수요일의 FOMC에서는 월가 투자자들이 잔뜩 기대했던 정책기조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기조를 '인플레 우려'에서 '중립'으로 바꾸길 희망했으나 결과는 현행 유지였다.
이후 선거 진행상황에 따라 지리한 공방을 거듭한 결과, 지난주 나스닥지수는 0.1% 하락에 그쳤고, 다우지수는 0.3% 올랐다.
전체적으로 불투명하고 음울한 분위기였던 데 비하면 결과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주(20~24일) 전망=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주 증시상황을 밝지않게 보고 있다. 추수감사절 연휴로 개장기간이 짧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정도다.
대선 개표결과가 월요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정을 기다려야 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주말 벨사우스라는 거물 통신회사가 내년 전망이 좋지않다고 밝히는 바람에 통신주들의 약세가 예상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생산을 늘릴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거시경제적 측면이나 기업실적, 정치적 상황 등 모든 게 좋아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번주에 발표되는 경제지표도 특별한게 없다. 결국 대선 개표상황이 이번 주 증시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11/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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