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폭설 교통사고 법적 책임은?

타이어 체인 장착 안한 차량 70% 물어<br>예방조치 미흡 땐 도로공사가 배상해야

예상하지 못한 폭설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사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도로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나 한국도로공사에 민사상 책임을 묻고 싶겠지만 법원은 도로 관리 의무를 명백하게 소홀히 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사고를 유발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

'백년 만의 폭설'이 내린 2010년 1월 초. 운전자 A씨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눈이 쌓인 이면 도로를 지나가다 미끄러져 길가 점포의 상품진열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진열대에 설치된 전기스팀기가 쓰러졌고 뜨거운 물이 점포 안주인인 B씨의 손등 위로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사고차량을 몰았던 A씨가 차량 타이어에 체인을 장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주된 과실(70%)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A씨가 '사고위험이 매우 높은 도로에 눈이 쌓이도록 방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또 다른 피고인 동작구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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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사고도로에 대한 제설작업을 즉시 하지 않아 도로 상황이 매우 불량했다는 사정은 인정된다"면서도 "서울시를 비롯한 동작구가 가용 가능한 모든 역량을 투입해 제설작업을 진행했다"며 관리자로서 책임을 묻지 않았다.

2009년 11월 강원도 양양군의 한 펜션으로 여행을 떠난 이모씨는 7번 국도로 진입하는 시골길을 지나가던 중 얼어 있는 곳을 피하지 못하고 인근 개울가로 추락했다. 이씨와 함께 탄 일행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크게 부상을 당한 사고로 차량보험사는 양양군에 "제설작업을 소홀히 해 사고의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춘천지법은 "유사사고 전력 등 지방도로가 아닌 접속도로인 사고장소를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고속도로와 같이 특수한 곳에서는 사정이 조금은 달라진다. 한국도로공사는 2004년 3월5일부터 충청도에 내린 폭설로 경부고속도로 남이분기점 근처 약 91.5㎞ 정체구간에 1만900여명이 고립된 사고에 대한 배상책임을 져야 했다. 대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244명의 원고에게 한국도로공사가 고립시간에 따라 1인당 35만~6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2008년 확정 판결했다. 공사 측의 책임을 인정한 이유로는 ▦해당 도로의 경사도가 신설고속도로 경사도 표준보다 높아 눈이 내릴 경우 차량이 고개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사고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차량이 뒤엉키기 시작하는 모습을 CCTV로 확인했는데도 교통정보센터나 관련 상부부서에 보고를 하지 않았고 ▦교통차단 업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점 등이 꼽혔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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