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덕화랑에서 전시중인 서양화가 이은의 '캐치미 이프 유캔(Catch me if you c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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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토끼인형 마시마로, 개구리 중사 케로로…. 보들보들한 털까지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이 귀엽다. 형광색에 가까운 분홍을 비롯한 선명한 원색은 화사하지만 자칫 유치해 보일 수도 있다.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화가 이은의 작품들이다.
하지만 "예쁘다"며 쉽게 볼 그림이 아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속내가 깔려 있다.
작품 소재가 된 인형 뽑기 자판기에는 진열된 인형 위로 차가운 금속 집게가 도사리고 있다. 돌파구 없는 삶, 소비와 욕망으로 뒤범벅된 현실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절대자를 상징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작품 제목은 '캐치미 이프 유캔'.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는 배짱이 있다. 사탕 자판기 속 막대사탕을 그린 '잇츠미, 잇츠미'는 제목 그대로 '저요, 저요'를 외치며 주목받길 바라는 경쟁사회의 축소판이다.
유난히 채도가 높은 색상에는 '디지털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작가의 고집이 담겨 있다. 그는 "컴퓨터와 TV, 휴대폰 같은 디지털 화면에 익숙한 사람들은 종이나 캔버스가 지배하던 시절과 달리 모니터가 보여주는 환하게 빛나는 색감에 친숙해졌고 디지털 문화 특유의 '디지털 감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19세기 리얼리즘이 고전주의에 반항해 현실을 직시했고 20세기 누보레알리즘(신현실주의)이 도시의 현실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했다면 '디지털 리얼리즘'은 동시대 현대인의 눈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전시는 30일까지. (02)544-8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