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달라진 IMF

지원국에 시장개방등 까다로운 조건 안걸어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MF가 경제위기를 계기로 영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예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IMF가 자금을 지원해주는 국가에 대해 시장 개방이나 금융개혁 등 예전처럼 까다로운 구조조정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는 것. 지난해 9월 이후 IMF가 위기의 국가들에 빌려준 자금은 500억 달러에 이르지만, IMF는 지원 대상국인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에 특별한 구조조정 과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IMF 유럽담당 국장인 마렉 벨카 전 폴란드 총리는 "요즘 IMF는 지원 대상 국가의 경제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며 "일단 눈앞의 위기를 넘기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지원 대상국 내의 반대 여론 및 사회적 혼란이 심각했다는 분석 때문이기도 하다. WSJ는 지난 2007년 9월 새 IMF 총재로 임명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사진) 전 프랑스 재무장관을 IMF 변화의 주역으로 지명했다. IMF의 관행과 내부 반대를 물리치고 세계 경제의 현실을 직시했다는 평가다. 칸 총재는 2008년 초 IMF 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고, 내부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곧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라며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칸 총재는 최근 각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2% 규모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쓸 것을 주문하는 한편 선진국들에 IMF 분담금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IMF의 높아진 목소리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IMF 산하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유세프 부트로스 갈리 이집트 재무장관은 "누구나 새로운 모습의 IMF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주요20개국(G20) 참가국들은 IMF에 2,500억달러 지원 및 IMF의 조기경보 체계 구축을 논의할 예정이다. IMF의 변화가 긍정적인 결실을 맺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G20에서 IMF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분명치 않다. 느슨해진 IMF의 자금지원을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위기 이후 지원 대상국의 경쟁력이 별로 개선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전 샌들러 전 IMF 유럽담당 국장은 "지원 대상국에 적극적으로 경제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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