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간 이견 인준은 못해… WTO사무총장 권한으로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가 출범할 경우 이 협상의 가능한 의제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WTO 다자간 투자협정의 제정 문제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외국인 직접투자에 관한 다자간 협정으로 외국인 직접투자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 안정적이고 투명하며 예측가능한 세계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현재 세계에는 이미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투자협정들이 존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양자간 투자협정이다.
이밖에 NAFTA 등과 같은 지역경제 통합체가 갖고 있는 투자협정들이 있다. WTO에서 언급하고 있는 다자간 투자협정은 이러한 투자협정들을 종합하는 다자체제 내의 포괄적인 투자협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WTO에서 투자협정이 제정될 경우 이는 기존 투자협정의 내용이나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협정의 내용은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첫번째 요소는 투자보호에 관한 것이다.
외국인투자가가 국내에 투자한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 그 취지이다. 투자자산을 수용하거나 국유화할 경우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든지, 투자자산과 관련된 대내외 송금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든지 하는 내용들이다.
두번째 요소는 투자자유화로서 외국인투자가가 국내에 투자할 때 국내투자자와 차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투자를 가로막는 장벽의 철폐가 당연히 그 목표이다.
그리고 세번째 요소는 분쟁해결에 관한 것으로 외국인투자와 관련된 분쟁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WTO의 모든 규범과 마찬가지로 투자협정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은 비차별대우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즉 가능한 모든 상황에서 국내투자자와 외국인투자가를 차별하는 조치들을 철폐 내지 축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WTO 투자협정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는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외국인투자의 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외국인투자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이 협정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측면에서도 이 협정은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
OECD에서 다자간 투자협정(MAI)- 이 협정은 체결되지 못했다-을 제정하기 위한 협상을 했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는 투자협정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인수ㆍ합병 형태의 외국인투자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었으며 금융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업종에서 외국인투자를 규제하는 조치들이 많이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외국인투자에 대한 거의 모든 규제들이 지난 몇년간에 철폐됐고 여타 선진국 못지 않은 높은 자유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투자협정에 대해 수세적이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필요가 없다.
WTO 투자협정이 우리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다가올 소지는 별로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이 협정은 활용 여하에 따라 우리에게 큰 득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 협정을 외국인투자가에게 부담이 되는 조치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개선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기업은 국내외에서 외국기업과 동등한 조건 하에 경쟁해야 함을 재차 인식하고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외국인 투자기업은 결코 외국기업이 아니라 국내기업이라는 성숙한 세계의식을 배양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어떻게 보면 반드시 자발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자유화를 추진해왔다.
이렇게 어렵게 달성한 자유화 수준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단계의 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
자유화로부터의 역행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이러한 역행의 유혹으로부터 우리가 이룩한 자유화를 보호해줄 가장 적절한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 협정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의지는 외국인투자가의 국내 투자환경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