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에 변칙증여했다며 국세청이 443억여원을 부과한 데 대해 법원이 국세청의 과세는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비상장 주식을 가족ㆍ친지 등 특수관계인에게 저가에 증여해오던 삼성의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은 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관련, 진행 중인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의 형사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권순일 부장판사)는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씨 등 이 회장의 네 자녀와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장 등 6명이 “삼성SDS가 지난 99년 2월 발행한 BW 320만여주를 주당 7,150원에 인수한 데 대해 증여세 443억여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 용산세무서와 송파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거래됐더라도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적정한 가치를 반영했다면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이 사건 BW가 발행된 시기의 장외거래 가격은 5만3,000∼6만원선으로 안정돼 있고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정상적 거래를 통한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이 사건 증여세 처분의 근거가 되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구체적인 거래의 유형을 대통령령에 백지위임하고 있어 헌법상 포괄위임 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지만 조세법의 규율대상인 경제현상은 복잡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령 등 탄력적인 하위법규에 관련 사항을 위임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측은 이날 법원의 판단에 대해 “소송 대리인들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