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이 외국에서 한 담합행위도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을 통해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외국기업도 공정거래법 관할권에 포함된다는 첫 판결로, 국제카르텔을 만들어 폭리를 일삼는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특별6부(재판장 이동흡 부장판사)는 27일 흑연전극봉 제조업체인 일본 도카이 카본사가 “공정거래법에 외국인에 대한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이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벌은 부당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이유 없다”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 판결문에서 “공정거래법에 외국사업자의 외국에서의 행위에 대해서도 이 법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는 것이 사실이나 이 법이 내국사업자나 국내에서의 행위에 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만한 규정도 없다”며 “담합행위(부당공동행위)가 외국서 이뤄졌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면 사업자들이 담합장소를 해외로 옮김으로써 법상 규제를 쉽게 회피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거래관계 뿐만 아니라 수출입 등 국제거래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사업자가 담합하고 그 대상에 국내시장이 포함돼 있다면 그 행위장소가 국내인지 국외인지 불문하고 한국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친 한도 내에서 국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심판할 관할권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지난 92~98년 영국ㆍ싱가포르 등서 잇따라 회합, 전기로방식 제철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흑연전극봉 공급가격을 50% 가까이 올리기로 담합함으로써 국내기업에 피해를 준 혐의로 도카이 카본 등 일본 4개사, 미국ㆍ독일 각 1개사 등 6개업체에 모두 88억원의 과징금을 지난해 4월에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