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2월 27일] 생색내기 잡셰어링 유감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인력 구조조정을 한 회사가 얼마 되지 않아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를 한다고 하면 어떨까. 또 정규직을 뽑을지 계약직을 선발할지 확정되지 않아 채용계획도 잡지 못한 회사가 잡 셰어링을 한다고 하면 앞뒤가 맞는 일일까.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모 저축은행은 지난 1월초까지 직원 10%를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임금도 임원은 20%, 직원은 10%나 삭감했다. 구조조정에는 신규채용 중단이 기본인데도 반대로 가는 셈이다. 모 공사는 금융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잡 셰어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지는 좋다. 문제는 채용계획이 미정이라는 점이다. 채용계획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잡 셰어링을 한다고 했을까. 의문만 이어진다.
잡 셰어링의 시대다. 너도나도 잡 셰어링을 한다고 발표하지 못해 안달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금융 공기업, 대기업, 제2금융권 등으로 잡 셰어링에 동참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생색내기용으로 잡 셰어링을 발표하거나 세부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쫓기듯 잡 셰어링 방안을 내놓는 곳이 대부분이다.
26일 잡 셰어링에 동참해 542명을 새로 채용한다고 밝힌 저축은행 업계도 잡 셰어링 실적에 정기 신규채용과 인턴ㆍ계약직을 더했다. 일부는 잡 셰어링의 취지에 맞는 것도 있지만 이것저것 모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이슈다. 지식경제부 장관이 나서 “잡 셰어링은 ‘금 모으기’를 넘어서는 국가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부가 잡 셰어링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은행권의 잡 셰어링에서 보듯 초임삭감을 얼마나, 어떻게 할지, 운영방식은 어떨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잡 셰어링은 부작용만 낳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대졸 신입이 만만하냐”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모든 직원이 급여를 삭감해 일자리를 늘리는 형태의 진정한 잡 셰어링은 아니더라도 치밀한 추진계획은 필요하다. 정부도 지나친 조급함은 버려야 한다. 그래야 ‘빈 껍데기’ 잡 셰어링이 발을 붙일 수 없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