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서능욱이 속기파가 된 이유

제9보(143∼164)



승부사들의 공통점은 과감성이다. 그들은 출혈을 겁내지 않는다. 팔뚝을 떼주고 상대의 목을 친다. 우군 1개 소대를 희생시켜서 적군 1개 중대를 죽인다. 강동윤은 하변의 흑돌 3개를 희생시키고 상변의 패를 이겼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상변의 패는 35집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는 엄청나게 큰 것이었다. 강동윤은 흑47로 건너붙여 그 플러스 알파의 수확에 나섰다. 백에 상당한 잠재력이 있어 보이던 상변이었는데 이제는 정반대가 됐다. 백54는 최강의 반발. 이곳은 참고도의 백1에 자동적으로 손이 가기 쉽지만 흑10까지가 외길이므로 백1은 자체로 2집 이상의 손해이다. 흑이 63으로 단단하게 잇자 이제는 승부의 변수가 거의 사라진 느낌이다. 흑승이 거의 굳어진 것이다. 조용해진 검토실. 뒤늦게 서능욱9단이 들어와 수순을 확인하더니 한마디 한다. "강동윤이 설욕을 확실하게 하는군."(서능욱) 3년 전에 농심배 대표로 나섰다가 하네에게 완패해 1승도 건지지 못했던 강동윤의 과거를 말한 것이다. 검토실의 화제는 일본 기사들의 부진에 모아졌다. "어쩌면 일본이 단 1승도 건지지 못하고 물러날지도 모르겠네. 아직은 그런 적이 없지?"(서능욱) "1승도 못하고 물러난 적은 없어요."(윤현석) "이러다가는 농심배가 한중전으로 변할지도 모르겠어. 일본이 너무 힘을 못 쓰고 있어. 그 원인이 뭘까?"(서능욱) "바둑의 인기가 별로 없어요. 머리 좋은 아이들이 전혀 바둑을 지망하지 않는 실정이에요. 자꾸 지니까 인기는 더 없어지고 인기가 없어지니까 더 힘을 못 쓰는 악순환이지요."(윤현석) "하긴 프로기사라는 직업보다 훨씬 매력적인 직업이 많은데 구태여 고통스러운 프로기사를 지망하기 싫겠지."(서능욱) "서 사범님한테도 바둑이 고통이었나요?"(윤현석) 언제나 초속기로 평생을 일관한 서능욱이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바둑이 고통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필자가 한마디 끼어들었다. "고통스러우니까 속기로 둔 거야."(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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