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밀집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공기업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 곳이다. 특히 광진공 건물은 빨간 벽돌집이라 눈에도 잘 띈다.
광진공직원들은 단지 공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빠듯하게 살아가는 주변 서민들의 눈밖에 나기 십상이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랬다.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광진공은 주민들로부터 한심하다는 핀잔을 들어야했다. 견디기 힘든 수모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확 달라졌다. 광진공이 변신하면서 광진공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드러나게 따스해졌다.
요즘 광진공 사무실을 밝히는 불은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다. 매일 평균 70∼80명의 직원들이 남아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야경(?)이다.
광진공은 오래된 공기업이다. 지난 67년 설립돼 32년째를 맞고 있다. 당시에는 광진공의 기능이 막중했다. 에너지와 중화학공업 원료광물을 안정적 공급해 줄 수 있는 기관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광진공의 역할과 기능은 지난 80년대 후반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광업과 경영 환경이 급격하게 변한 데 따른 파장이었다. 광진공은 변화된 환경아래서 뚜렷한 지향점을 찾지 못한 채 무얼 해야 할 지 몰라 흔들렸고 직원들도 덩달아 동요했다.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심하게 흔들리던 광진공이 달라지기 시작한 때는 서생현(徐生鉉)사장의 취임 시기와 일치한다. 광진공은 徐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4월말 해외광물자원 개발을 핵심역량 사업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살빼기 작업에 착수했다.
오랫동안 표류하다 가야할 곳이 일단 정해지니 개혁작업은 거칠 게 없었다.
회사의 고유업무및 핵심사업과 직접 연관이 없는 기구는 폐지됐고, 비슷하거나 중복된 기능은 통합·축소됐다.
기존의 4본부 13처 41부 3사업소 2개 해외사무소는 3본부 11처 35부 2사업소 2개 해외사무소로 축소됐고 국내 자원개발분야인 기술사업본부도 없어졌다.
민간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토양및 수질검사 분야도 폐지됐다.
반면 사업재구축 방침에 따라 해외자원 분야는 대폭 보강했다.
해외자원개발 인력은 49명에서 57명으로 오히려 16.3%를 늘렸고, 지원예산도 438억원에서 538억원으로 23%나 증액됐다.
◇젊어진 광진공= 지난 한해동안 인력은 전체적으로 95명이 줄어들었다. 목표인 52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그런데 광진공의 인력조정 과정은 일반 공기업과 다른 특징이 있다. 회사를 나간 직원중 간부사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 지난해 퇴직한 직원중 간부사원 비중은 자그마치 37.5%에 달한다. 특히 1급은 정원 13명의 70%인 9명이 옷을 벗었다. 노령화됐던 조직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직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자 광진공의 경영혁신에 탄력이 붙었다.
조직슬림화로 연간 32억원을 절감했고, 광진공 특유의 목표이익관리제도가 시행됐다. 목표이익관리제도는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과학적인 원가분석을 통해 부서별 목표이익을 설정하고 각 부서는 목표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경비를 절감하거나 사업이익을 확대하는 제도였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부서는 인센티브를 받았다. 당근과 채찍이 유효적절하게 주어진 것이다.
결국 광진공은 지난 97년 23억원 적자를 기록한 경영성적을 정확하게 1년 뒤 34억원 흑자로 돌려놨다. 열등생이 우등생으로 올라섰다는 것은 경영혁신 작업이 성공리에 정착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해외광물자원 개발= 『해외자원개발은 비단 우리세대 뿐만 아니라 후손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손을 대야 할 분야입니다』
徐사장은 광진공 경영혁신의 최종 목표는 해외자원 개발에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진공은 이를 위해 자체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국내 민간기업과의 공동 개발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5개광산에 투입된 개발자금 51억원은 오는 2002년 8개광산 143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광진공은 특히 하와이 동남쪽 북동태평양지역에서 우리나라 면적의 약 1.5배에 달하는 심해저광물자원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채굴된 망간단괴는 경제성이 무척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진공은 이 지역에 지금까지 1억달러를 투자했으나 오는 2013년까지 총 11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망간, 니켈, 코발트등 전략광물자원을 안정 공급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해외광물자원개발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오는 2013년이후에는 연간 14억달러정도의 개발수익을 거둘 것으로 광진공은 추정한다.
광진공은 이와함께 본격적인 남북경협 교류에 대비, 세계 최고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을 보유한 북한과 자원 공동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청사진을 만들고 있다. 【박동석 기자】